법조계, 憲裁 「퇴직금」결정놓고 찬반 논란

  • 입력 1997년 8월 22일 20시 40분


근로기준법의 퇴직금 우선변제 조항은 사실상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놓고 법조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1일 이 조항에 대해 『퇴직금 우선변제 조항은 퇴직금이 얼마가 되든 저당권에 우선해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어 저당권 질권(質權) 등 사법(私法)질서의 근간인 담보제도를 흔들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헌재의 결정은 근로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사용자쪽 논리에 기초한 것이라고 상당수 법조계 인사들은 주장하고 있다. 헌재결정은 자유시장제도의 원리를 규정한 헌법 119조1항에 기초한 것으로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시장경제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단서조항인 2항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헌법규정에 비춰보더라도 퇴직금우선변제 조항의 위헌여부는 담보권 등을 근간으로 하는 계약자유의 원칙을 우선시할 것인가, 아니면 근로자의 생존권 보장을 우선시할 것인가라는 가치선택의 문제이지 법률적으로 어느 한쪽의 해석이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 근로기준법에 퇴직금우선변제 조항을 특별히 둔 가장 큰 이유는 퇴직금은 기본적으로 채권(債權)으로 우리의 민법체계가 이보다 저당권 등 물권(物權)을 우선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퇴직금을 받아야 할 근로자가 은행 등처럼 저당권이나 질권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변제순위가 뒤진다면 결국 근로자들은 회사에 대해 사전에 퇴직금 상당의 담보를 설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는 것이 헌재결정을 비판하는 변호사들의 지적이다. 반면 다른 법조계 인사들은 『근로기준법상 액수의 제한없는 퇴직금 우선변제 조항은 자유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선진국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조항』이라며 『헌재가 어느 정도의 임금과 퇴직금에 대해서는 우선변제하도록 입법을 촉구한 만큼 근로자들의 생활보장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외국처럼 실업수당 실업보험 등 사회보장제도나 사회보험제도가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어쨌든 퇴직금은 근로자들에게 생존권을 보장하는 유일한 생활자금이기 때문에 이번 헌재결정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더욱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하종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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