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국가기밀적용제한」판결의미]느슨해진 「보안법」족쇄

  • 입력 1997년 7월 17일 20시 48분


국가보안법상 「국가기밀」에 대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 판례의 괴리를 좁히고 법조항의 확대해석에 따른 국민 기본권 침해를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그동안 「이적성여부」에 초점을 맞춰 정치권 동향 등 신문기사나 합법적인 출판 간행물을 통해 국내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도 북한에 유리한 자료가 되는 것은 국가기밀로 인정해왔다.

대법원은 지난 89년 방북한 작가 黃晳暎(황석영)씨가 북측에 「국내 운동권 인사의 성품과 국내 문인들의 통일전망에 관한 개인의견」을 말한 것을 국가기밀누설로 인정, 유죄를 인정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월 헌재가 국가기밀의 개념을 크게 제한하는 결정을 내리자 하급심 법원에서는 판사 재량으로 헌재 결정과 대법원 판례를 취사선택하는 등 법적용에 혼란이 있어왔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국가기밀의 범위를 현실에 맞게 제한, 사법기관의 법률 남용소지를 막을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판례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법원은 그러나 『국내에 알려진 사실이라도 정보수집자가 탐지 수집 확인 등의 노력을 한 경우와 비록 사소한 것이라도 안보에 불이익이 될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국가기밀에 해당한다』고 부연, 헌재 결정보다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다.

즉 인터넷에 오른 정보나 해외에서 발행되는 국내 일간지 등의 기사는 공지의 사실로 국가기밀이 아니지만 한정된 인원이 참석한 세미나나 전람회의 내용을 수집, 보고했다면 국가기밀 누설에 해당한다는 것.

대법원 관계자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 판사들이 기밀여부를 판단할 때 신중을 기하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李白洙(이백수)변호사는 『어떤 형식이든 정보가 발표되고 정보의 취득에 불법성이 없었다면 기밀로 볼 수 없다』며 『법원은 정보 취득자의 노력 등 주관적인 의사보다 정보의 내용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간첩혐의로 조사받는 피의자는 이미 알려진 사실을 보고한 것만 실토하고 은밀히 취득, 보고한 정보는 숨기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앞으로 대공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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