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잉여금 수사]검찰, 곳곳서 불거져 『속앓이』

  • 입력 1997년 5월 7일 20시 01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지난 92년 대선자금의 긴 꼬리가 한보비리와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 수사과정의 곳곳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현철씨의 측근인 朴泰重(박태중)씨가 대선 직후인 93년 초 자신의 계좌 등에서 출금한 1백32억원이 대선자금 잉여금이라는 사실이 이미 드러났다. 현철씨의 또다른 측근인 金己燮(김기섭)전안기부 운영차장이 한솔그룹에 맡긴 수십억원도 대선자금 잉여금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물론 검찰은 이들 자금의 성격이나 수사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대선자금의 잉여금 공개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는 이유는 이 부분에 대한 공개가 곧바로 잉여금의 「몸체」인 김대통령이 조성한 대선자금의 총규모와 사용처 등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폭발성 때문이다. 현재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을 본격적으로 수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찰내부의 의견이 통일돼 있지 않다. 검찰수뇌부는 김대통령 등 지난 92년 여야후보의 대선자금 문제는 정치권에서 풀어야 할 문제지 검찰이 수사할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92년 대선자금은 한보비리사건의 본류(本流)도 아닐 뿐더러 이미 야당측은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6개월)가 지났고 김대통령측은 대통령 재임기간중 형사소추가 불가능한 만큼 수사할 아무런 법적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수뇌부는 특히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 때처럼 대선자금을 준 기업총수들을 또다시 검찰청사로 줄줄이 소환할 경우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하고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설령 현철씨가 아버지인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중 일부를 관리했더라도 아무 죄가 안된다』며 『검찰이 두쪽이 나더라도 대선자금 수사는 절대 할 수 없다』고 수사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검찰수뇌부와는 달리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사팀은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여부에 대해서는 일단 『수사의 본류가 아니다』는 수뇌부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 수사팀은 그러나 『그렇다면 수사과정에서 대선자금이 튀어나와도 수사하지 않겠다는 말이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현철씨의 비리수사에 전념해야 할 때』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지금은 수사의 적기가 아니지만 때가 되면 수사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검찰의 한 간부는 이와 관련, 『대선자금 수사문제는 검찰이 혼자 결정할 문제라기보다는 정치권의 자체해결능력과 여론의 향방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양기대·하종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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