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정치인조사 조기종결」추진 배경]

  • 입력 1997년 4월 14일 20시 12분


한보특혜대출비리와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는 전체 수사규모에 비춰볼 때 아직 걸음마 단계나 마찬가지다. 검찰은 이달초 한보사건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은행장―특혜대출배후―정치인―김현철―대선자금 등의 순으로 수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따라서 이같은 수사일정을 감안할 때 4월말까지 수사를 종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검찰의 공식입장이다. 수사계획에 따르면 검찰은 먼저 1차 수사 당시 처벌되지 않은 일부 은행장을 업무상배임혐의로 형사처벌한 뒤 은행장들에게 대출압력을 행사한 韓利憲(한이헌) 李錫采(이석채)전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소환, 특혜대출 배후를 규명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런 다음에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들에 대한 조사를 가급적 조기에 매듭짓고 재수사의 핵심인 현철씨 비리의혹사건수사에 전력투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은행장들에 대한 수사가 정치권과 검찰내부의 「경제살리기」논리에 밀려 주춤거리면서 이같은 수사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청문회 등을 계기로 「정태수 리스트」의 조기수사 요구가 거세지자 검찰은 할 수 없이 정치인수사를 앞당기게 됐다. 검찰은 정치인수사는 가급적 이번주안에 소환조사를 마치고 당초 수사일정으로 되돌아간다는 방침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정치인수사를 마냥 끌 경우 한보사건의 배후규명과 현철씨 수사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면서도 『정총회장 등에 대한 보강수사과정에서 돈받은 정치인이 더 드러나면 추가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계획대로 수사가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수사외적인 문제로 은행장과 대출배후 수사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은행장과 배후수사에 대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현철씨의 청문회 증언이 끝나는 오는 25일 이후 곧바로 현철씨 비리의혹 수사에 들어갈 것을 검토중이다. 현철씨의 측근인 朴泰重(박태중)씨와 전대호건설사장 李晟豪(이성호)씨 등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현철씨의 인사개입 등과 관련, 안기부의 정보와 예산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안기부운영차장 金己燮(김기섭)씨 등에 대한 조사계획도 세워놓았다. 검찰은 이같은 수사가 마무리되면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 사무국장이었던 박씨의 자금출처 추적과 함께 대선자금부터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재수사팀이 밝혀야 할 사안은 대부분 현정권의 「아킬레스 건(腱)」이기 때문에 수사방향이나 일정 결과 등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기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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