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근씨 구속방침 배경]「재수사 不信」차단 포석

  • 입력 1997년 3월 27일 19시 55분


검찰이 27일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 일가의 전재산을 환수조치하고 정총회장의 3남으로 한보그룹 회장인 譜根(보근)씨를 구속하기로 하는 「초강경 조치」를 취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번 수사에 대한 항간의 의혹을 일거에 불식시키기 위한 전략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沈在淪(심재륜)대검 중수부장은 이날 『정부와 검찰이 정총회장 일가와 묵계했다는 의혹을 불식하고 수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1차 수사 당시 3천39억원에 달하는 정총회장 일가의 개인재산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아 제기된 「검찰이 사전에 정총회장 일가에 재산보전과 사후재기를 약속하고 조사수위를 조절했다」는 의혹을 이번에는 완전히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심중수부장이 이날 『그동안 우리나라는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산다」는 악습이 온존해 왔다』며 『이같은 폐습은 이제 근절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검찰이 이날 보근씨를 구속키로 한 것은 정총회장 일가중 정총회장만 구속처리하고 아들 등 나머지에게 모두 면죄부를 줌으로써 정총회장이 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중에 재기의 발판을 만들어주려 한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이같은 「강경조치」를 취한 것은 재수사 결과가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못미칠 경우 있을지도 모르는 불신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번 재수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배후와 몸체를 밝히기 위한 것인 만큼 배후와 몸체에 대한 수사가 미흡할 경우 또다시 축소수사라는 비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부자를 함께 구속함으로써 「자물통」으로 알려진 정총회장의 입을 열기 위한 전략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미루고 아버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의 태도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셈이다. 검찰은 이날 『앞으로는 정총회장의 입에만 의존하는 수사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정총회장의 입에 의존할 경우 정총회장이 「미운놈 골라찍기」를 시도하면 검찰이 정총회장에게 놀아나는 꼴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동안 정총회장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태도를 보여 여론으로부터 「담합수사」 「축소수사」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검찰이 정총회장 일가의 전재산을 몰수하고 부자를 모두 구속함으로써 수서사건 때처럼 아들을 보호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정총회장의 전략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또 검찰이 정총회장의 아들을 구속하기로 함으로써 10여명으로 점쳐지던 정총회장에게 부실대출을 해 준 은행장이나 대출압력을 가한 은행감독원 재정경제원 청와대의 고위공무원과 정치인들에 대한 형사처벌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종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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