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공동체를 위하여/국가통합 의식혁명 나서자]

  • 입력 1997년 3월 3일 19시 59분


보다 나은 세상을…
보다 나은 세상을…
<<한국사회가 더 이상 표류할 수는 없습니다. 정체와 갈등의 고리를 끊어야합니다. 부정(부정)과 포기의 사슬도 끊어야 합니다. 사회 지도층은 말할 것도 없고 온 국민이 기본으로 돌아가 중심을 다시 세워야겠습니다. 그리고 하나가 되어 다시 달려야 합니다. 본보는 새해 첫날 발행인의 「연두제언」을 통해 국민통합의 의식혁명에 나설 것을 제의했습니다. 그리고 독자와 함께, 국민과 함께 사회통합의 합리적 대안 제시에 진력할 것을 다짐한 바 있습니다. 이에 우리사회의 재구축을 위한, 새로운 공동체를 위한 과제들을 점검하고자 합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어른들만 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아이들 눈이 무섭다. 『한보와 짜고 은행에 얼마나 압력을 넣었느냐고 친구들이 마구 놀려요. 제 이름이 김현철이거든요』(서울 선일중 1년) 『제 성(姓)이 노씨거든요. 학급비를 걷으려고 해도 애들이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리사건에 빗대어 「네가 다 해먹었으니 너 혼자 내라」고 해요』(노형석·서울 잠실중 1년) ▼"이민 갈래요"▼ 지난 1일 어린이극단 「동쪽나라」의 아동극 「꽃들에게 희망을」이 공연된 서울 문예회관소극장. 어린이배우 30여명이 모여 요즘 세상형편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었다. 『높은 사람들이 정치를 너무 못합니다.한보사건도 모두 혼자서만 잘 살려고 해서 생긴 일 아닙니까. 어른들을 존경할 수가 없어요』(이주영·서울 신목초등교 6년) 『우리보고 하지 말라는 일을 어른들은 다 해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면서 교과서대로는 살 수 없는 일이라고 변명합니다. 그러려면 차라리 교과서를 바꾸는 게 낫지 않습니까』(한상호·서울 길동초등교 6년) 『이런 사회를 그대로 물려받는다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소리를 높였다. 『창피해요』 『이민갈 거예요』 그때 한 어린이가 굳은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을 던졌다. 『나중에 우리의 아이들이 「30년전 나라가 그 꼴일 때 아버지는 뭐했느냐」고 물으면 우린 뭐라고 대답하지?』 순간 정적이 흘렀다. ▼"너나 잘해라"▼ 지금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대로는 안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문제라고 꼬집을 수 없을 만큼 송두리째 문제다』 『총체적 난국이다』 『새로 나라를 세운다는 각오로 기본부터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는 소리가 들끓고 있다. 신세대 작가 송경아씨(26)는 『10년전인 87년 「넥타이 부대」가 일어서고 6.29선언이 나왔을 때만 해도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고 우리도 뭔가 해봐야겠다는 열정이 있었다』며 『수많은 정치 사기(詐欺)에 시달린 끝에 이제는 「믿을 건 아무 것도 없다」 「너나 잘해봐라」는 절망과 냉소만 남았다』고 현사회를 진단했다. 『그래서 지금 젊은층에서는 할 수만 있다면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나와아무상관이없어지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썩든지 말든지 울분을 터뜨릴 일도 없을테니까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둔 정유성씨(41·서강대 교양과정부 교수)는 우리 사회를 「바담풍 사회」로 규정한다. 자신은 「바담 풍」하면서 남들에겐 「바람 풍」하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기본은 지켜지지 않고 반칙만 성행합니다. 「게임의 법칙」이 무시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반칙은 책임 전가를 밥 먹듯이 하는 점입니다』 학교교육만 해도 학부모는 교사에게, 교사는 학부모나 교육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등 모두가 「나에겐 잘못이 없는데 남들이 잘못해 문제」라고 굳게 믿고 있다는 얘기다. 「모두 게임의 법칙을 지키지 않는데 나 혼자 지킬 수는 없다」며 자기쪽의 잘못을 얼버무리는 병도 중증(重症)이라는 것. MBC TV 코미디 「숨은 양심을 찾아라」 코너는 이같은 사회 분위기를 발가벗겨 보여준다. 지난 겨울 개그맨 이경규씨(37)가 한밤중 정지신호등을 지키는 운전자를 찾았다. 오전 1시부터 4시까지 추위에 떨며 기다렸으나 신호를 지키는 차가 없었다. 오전 4시13분 드디어 신호등 앞에 멈춰선 티코 한 대. 뜻밖에도 뇌성마비 장애인 부부가 운전석과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들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신호등… 당연히… 지킬 것을 지킨 것뿐이에요』 이 프로를 통해 「숨은 양심의 파수꾼」으로 등장한 이경규씨는 『이러한 「숨은 양심」 덕분에 우리나라가 지탱되고 있음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정부가 문제다, 사회가 썩었다 하면서도 그렇게 지적하는 자신이 그 문제속에 포함된다는 자각은 못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교과서대로 살면 바보가 된다는 피해의식에 젖어있지만 TV속에서는 이같은 「정직한 바보」들이 박수를 받지 않습니까. 초등학교에서 배운대로 사는 사람들이 바로 이 나라를 지키는 겁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이제는 나부터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들의 눈에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똑바로 서야 할 때다. 이 순간을 놓치면 걸음마 아이들이 커서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1997년 나라가 휘청거렸다는 그때 아버지는 무얼 했나요?』 〈김순덕기자〉 ▼독자의 의견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 우리 사회 각계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공동체를 위한 논의를 펼쳐나가고자 합니다. 각 주제들에 대해 기탄없는 의견을 보내주십시오. 매회 지면에 반영하겠습니다. 팩시밀리 02―361―0434.0444.0446번과 PC통신ID:TheDongA(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가 열려 있습니다. 보충취재 등을 위해 여러분의 연락처 전화번호도 함께 받고 싶습니다. ▼「새 공동체를 위하여」시리즈 특별취재팀▼ 이 시리즈는 매주 2회씩 총20회 가량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한 특별취재팀을 다음과 같이 구성했습니다. ▼특별취재팀〓金順德차장대우(문화부) 高美錫(생활부) 金世媛(사회1부) 金會平(경제부) 林彩靑(정치부) 崔永默(〃) 崔英勳(사회1부) 許承虎(경제부) 尹鍾求(기획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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