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 중간결산]『외압실체 여전히 아리송』

  • 입력 1997년 2월 14일 20시 10분


[김정훈기자]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 수사가 현역 국회의원 4명과 장관 1명, 은행장 2명 등 모두 9명을 구속하는 선에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은 앞으로 이미 구속된 인사들에 대한 보강수사와 한보그룹의 비자금 전모를 확인하는데 주력할 뿐 더 이상의 실질적인 수사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 사건에 대한 많은 의혹이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는 상태여서 사건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수사에 착수했을 때만 해도 이번 사건에 대한 별다른 정보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수사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했었다. 검찰은 처음부터 현정권의 실세 몇명을 구속하지 않고는 이번 사건의 파장을 잠재우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태풍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을 가장 먼저 구속, 발목을 잡아놓고 그의 입을 열게 한다는 내부전략에 따라 수사를 벌여나갔다. 정총회장은 그러나 소환된 첫날 『내 재산에 대해 정확하게 실사를 해달라. 실사결과 빚을 갚는데 쓰고 남는 재산은 그대로 지킬 수 있도록 해주면 내돈을 먹은 정관계 인사 50명을 불겠다』고 제의하는 등 완강한 자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기관이 그러한 약속을 하는 곳은 아니지만 요로에 당신의 의사를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타협안을 제시, 지난 2일 처음으로 정총회장의 입을 여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정총회장의 세치 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사가 되는 바람에 의혹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보다 여론무마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는데 급급해야 했다. 물론 검찰이 현정권의 실세들인 黃秉泰(황병태) 洪仁吉(홍인길)의원과 金佑錫(김우석)현직 내무장관 등을 구속한 것은 상당한 성과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없지 않다. 또 현직 시중은행장 2명을 한꺼번에 구속한 것도 평소 같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대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사건의 파장을 잠재우기 위해 예정된 「희생양」들에 불과하다는 분석과 함께 대출 외압의 실체는 여전히 베일속에 가려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관계(官界)에 대한 수사 역시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은 수사의 큰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검찰은 대출외압부분에 대한 수사결과 96년에만 대출청탁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데 대해 나름대로 이렇게 해명하고 있다. 최초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건설은 정부차원의 정책적인 결정에 의해 이뤄져 은행의 대출지원이 자동적으로 뒤따랐기 때문에 비리의 소지가 적었다는 것. 그러나 최초의 정책결정 과정부터 비리의혹이 일고 있는 마당에 이같은 해명은 군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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