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공권력 투입說 『곤혹』

입력 1997-01-11 17:24수정 2009-09-2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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權永吉 위원장 등 민주노총 핵심지도부가 17일째 머물고 있는 서울명동성당에 공권력 투입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명동성당측이 대단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성당으로 들어온 모든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서 정부 당국의 요청대로 權위원장 등의 신병을 순순히 넘겨 줄 수도 없는 데다 민노총 지도부가 성당에 계속 남아있을 경우 또다시 공권력을 불러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명동성당은 내심으로는 민노총 지도부가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돼 강제 연행하기 위한 공권력 투입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스스로 성당을 떠났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민노총은 가장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명동성당을 벗어날 경우 지도부의 대량 구속과 그에 따른 지도부의 공백으로 총파업 투쟁의 열기를 수그러뜨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성당측의 눈치를 살필 겨를이 없는 형편이다. 성당측의 고민은 10일 오후 4시55분께부터 50여분간 이뤄진 洪近杓 수석신부와 權위원장, 裵範植 자동차노련 위원장, 朴文珍병원노련 위원장간의 면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洪신부는 면담이 끝난 뒤 "공권력 투입에 대한 정부의 강경일변도에 놓인 상황을 논의했다. 법적으로 구속을 원하진 않지만 물리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성당이 근거지로서 원인 제공이 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말했다. 洪신부는 특히 "나가라고 정확히 말을 하진 않았지만 우리가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온 것도 아니고 공권력 투입에 따른 성당의 우려 등을 생각할 때 그런 뜻을 간접적으로 포함한 얘기를 전달했다"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면담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또 "성당측으로서는 공권력 투입에 대해 관망할 수만은 없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혀 지난 95년 6월 한국통신 노조 사태때 빚어졌던 것과 같은 공권력 투입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權위원장은 洪신부와의 면담을 끝낸 뒤 면담내용을 묻는 질문에 "현실상황을 논의했고 공권력 투입에 대한 우려를 강조했다"며 더이상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면담장의 분위기가 무거웠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명동성당의 한 관계자는 "金壽煥추기경이 불쌍한 노동자들을 최대한 보호해 주라"는 요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말해 洪신부가 민노총측에 완곡하게 전달한 말들은 형식적으로는 개인적인 견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쨌든 1898년 설립된 뒤 1백년 가까이 쫓기는 사람들의 `피난처' 역할을 해온 명동성당이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는 종교적 사명과 법집행을 내세운 공권력 사이에서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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