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전 증인신문 위헌판결]검찰수사 험난한 길 예고

  • 입력 1996년 12월 26일 20시 24분


「金正勳기자」 헌법재판소가 26일 형사소송법의 공판전 증인신문제도에 대해 위헌선고를 내림으로써 앞으로 검찰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검찰은 그동안 공판전 증인신문제도를 활용해 여러 중요사건에서 유죄를 이끌어내는 등 공소유지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피의자나 증인이 출석 또는 진술을 거부할 때 △재판과정에서 피의자나 증인이 진술을 번복할 염려가 있을 때 공판전에 판사앞에서 증인신문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리고 공판전 증인신문에서 확보한 진술내용은 재판과정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돼 검찰로서는 사건을 해결하거나 재판에서 유죄를 이끌어내는데 매우 편리하면서도 효과적인 무기였다. 대표적인 예로 93년 朴哲彦(박철언)의원 알선수재사건 수사 당시 검찰은 슬롯머신업계의 대부 鄭德珍(정덕진)씨의 동생 德日(덕일)씨가 박의원에게 돈가방을 건네는 것을 목격했던 홍모여인에 대해 공판전 증인신문을 활용해 유죄선고를 이끌어냈다. 홍여인은 수사가 마무리된 뒤 미국으로 출국, 재판과정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지만 공판전 증인신문 때 진술내용은 재판부가 유죄심증을 굳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지난해 崔洛道(최낙도)전의원 알선수재사건 때도 이 절차가 활용됐고 최근 아가동산 사건 때도 목격자들에 대해 공판전 증인신문이 활용되는 등 뇌물사건이나 혐의입증이 어려운 사건수사에 자주 활용돼왔다. 헌재가 이날 위헌선고를 내린 2개 조항중 공판전 증인신문에 피의자나 변호인 참여를 판사 재량에 맡기고 있는 형사소송법 221조2 가운데 5항은 법이 개정돼 내년 1월부터는 피의자나 변호인이 반드시 참여 하도록 됐다. 이에 따라 피의자의 방어권이 보장된 만큼 이 조항은 이날 위헌이 선고됐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다. 문제는 피의자나 증인이 재판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할 염려가 있을 때 공판전 증인신문을 할 수 있도록 한 221조2 가운데 2항. 그동안 검찰이 적극 활용해온 공판전 증인신문은 이제 더 이상 수사나 재판의 방편이 될 수 없게 됐다. 한편 이번 위헌결정으로 지난 93년 11월 재판도중 이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던 박철언의원 등은 재심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재판에 관련있는 법조항이 위헌으로 판결난 경우 재심대상이 된다는 헌법재판소법 규정에 따라 재심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94년 6월 대법원이 박의원에 대해 유죄를 확정할 때 『홍여인의 공판전 증인신문 내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다른 증거에 의해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결해 재심청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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