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세밑인정 『썰렁』…고아-양로원 방문객 『뚝』

  • 입력 1996년 12월 25일 20시 19분


「宋平仁 기자」 불황과 명예퇴직 바람속에 「세밑 인정」도 전만 같지 않다. 길거리의 자선냄비에 「작은 인정」을 담는 사람도 많지 않고 고아원 양로원을 찾는 「인정의 발길」도 작년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역 지하에서 구세군 자선냄비를 놓고 봉사활동을 하는 尹英淑(윤영숙·47)부교는 『매년 구세군성금은 10% 정도씩 늘었는데 올해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작년만 못할 것 같다』며 『지난 11월 심장병어린이를 도와온 이모씨의 성금유용의혹사건이 있어서인지 성금을 내는 사람들도 「좋은 데 쓰십시오」라고 한마디씩 던지고 지나간다』고 말했다. 영등포역 지하와 경방필백화점 지하 두군데서 자선냄비를 운영하고 있는 구세군 영등포영문의 경우 주말인 지난 21일의 성금누계가 작년 같은 날에 비해 40여만원이나 줄어 들었다. 고아원 양로원 등에 대한 시나 구청 기업 학교 교회 등의 의례적인 방문이나 성금전달은 그럭저럭 예년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별적인 방문이나 성금전달은 눈에 띄게 줄었다. 67명의 고아가 몸담고 있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 혜명보육원 姜普淳(강보순·여·57)원장은 『작년이 재작년보다 못하고 올해는 또 작년보다 못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올해는 지역의 구의회나 국회의원들 조차 얼굴 한번 비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약 80명의 노인이 생활하고 있는 인근 혜명양로원의 한 직원도 『평년에는 연말이면 하루 한두명씩 예정에 없던 방문객이 있었으나 올해에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전세계 1백26개국에서 같은 이름으로 운영되는 서울 신월동 SOS 어린이마을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SOS어린이마을 후원회 金龍洙(김용수·35)실장은 『정부보조금이나 국제 SOS본부의 공식후원금은 줄지 않고 있으나 운영비의 약 30%를 차지하는 민간인의 후원금은 크게 줄고 있다』며 『경제불황 명예퇴직바람 때문인지 매월 조금씩 성금을 보내주던 회사원의 성금이 끊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