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재판 뒷얘기]「全씨 무기」 막판까지 저울질

  • 입력 1996년 12월 17일 20시 00분


역사적인 12.12 및 5.18사건의 항소심을 담당한 재판부가 제일 고심했던 것은 양형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항소심 선고결론에 이르는 법리와 논리구성에 대해서는 이미 결심공판단계에서 결론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러나 양형에 관해서는 선고 1주일 전까지 재판부 내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는 것. 특히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全斗煥(전두환)피고인에 대한 무기징역으로의 감형은 재판부 최대의 고민이었다. 법조계의 일반적인 예상은 전피고인의 무기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었으나 정작 재판부는 사형과 무기를 놓고 최후까지 저울질했다는 것. 또 權誠(권성)부장판사가 특유의 한문체로 양형이유를 쓴 것도 평범한 문장으로 쓸 경우 피고인들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에 한문체를 이용함으로써 그같은 우려를 희석시키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부장판사는 평소 사회적으로 파문이 큰 사건일 경우 새로운 법률이론을 도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판결에서도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를 상당 부분 길게 판결문 속에 집어넣었다. 권부장판사는 이를 위해 미국과 독일의 쿠데타 처벌 관련서적 10여권을 탐독, 처벌 불가론을 내세운 켈켄과 칼 슈미트 등의 이론을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내란죄 공소시효의 기산점을 6.29선언까지 연장한 것과 관련, 한 변호사는 『이같은 결론을 내릴 경우 5공화국 정권을 완전히 부인하게 되는 등 사회적으로 상당히 파문이 클 것이라는 사실을 권부장판사가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문제를 판결문에 담은 것은 평소 소신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즉 권부장판사가 국가의 공권력과 개인간의 관계를 첨예한 대립으로 보는 자연법 이론에 대한 소신과 법철학을 확대하다보니 이런 결론이 도출되었다는 것이다. 〈徐廷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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