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101세 타계 독립지사 김경하옹

  • 입력 1996년 11월 1일 20시 28분


「權基太 기자」 1백1세로 지난달 29일 타계한 최고령 애국지사 김경하옹은 인상적인 유품 세가지를 남겼다. 1세기에 걸친 자신의 삶을 빽빽이 적어 놓은 육필 노트와 누렇게 바랜 사진 2장이 그것이다. 원고지 3천여장에 달하는 육필노트는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라는 성경 구절을 딴 제목으로 출간할 예정. 목사로 활동해왔던 고인의 뜻에 따른 것. 사진중 1장은 그가 지났던 「태산과 험곡」중 가장 높고 깊었던 기미년 3.1독립만세때의 인연으로 생겼다. 평북 강계 영실중 교사로 재직중이던 김옹은 강계의 만세운동을 지도했다. 계란꾸러미에 태극기를 숨기고 북과 나팔을 얻어 장날이던 4월8일 읍내 교회의 종소리가 울리자 학생들과 함께 등사한 2천여장의 독립선언문을 뿌렸다. 그때 만세운동 군중들을 막던 헌병보조원이 헌병복을 벗고 만세 대열에 합류한 일을 김옹은 결코 잊지 못했다. 40여년이 지난 1960년 서울에서 그 헌병보조원 김관식씨를 극적으로 조우한 김옹은 반가움에 사진을 찍어 두고두고 간직해 오다 유품으로 남겼다. 3.1운동때 영실중학생이던 막내 명하씨와 함께 체포된 그는 동생을 일제의 고문으로 잃고 상당기간뒤 병보석으로 출옥했다. 곧 만주로 망명한 김옹은 목사 안수를 받고 80년 장남이 사는 미국에 가기까지 정열적으로 목회활동을 했다. 마지막까지 안방에 걸렸던 고향 강계의 전경사진이 또 하나의 유품. 장남 득렬씨는 『그 사진을 바라보시며 통일이 빨리 와 생전에 귀향할 수 있기를 바라셨지요』라고 회고했다. 스스로를 내세우기 싫어해 지난 83년에야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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