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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연인을 잊지 못하는 여성의 사연을 다룬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 레터’(1995년)에선 이츠키라는 이름을 가진 두 남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조선시대 신흠(申欽·1566∼1628)의 다음 시에서도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유지(柳枝)라는 이름을 가진 두 여인의 이뤄지지 못한 사랑이 …

한시에선 일찍부터 대신 말하기(代言)란 글쓰기 방식을 사용해 왔다. 당나라 때는 이전보다 대신 말하기를 활용한 시가 더 유행했다고 한다. 이상은(李商隱)이 남긴 다음 시도 그런 예 중 하나다.시인은 애정시에 특히 뛰어났는데, 이 시에선 여성의 목소리를 빌려 사랑하는 이에게 애절한 이별…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레오파드’(1963년)는 이탈리아 통일 운동 시기 왕가의 쇠락을 지켜보는 살리나 대공(大公)의 시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나라 이하(李賀)는 한나라 멸망 후의 스산한 정경을 ‘금동선인(金銅仙人·금동으로 만든 신선)’의 입장에서 노래했다. 한나라가 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1999년)에선 망자들이 이승을 떠나기 전 자신의 가장 소중한 추억을 골라내 영상에 담는 내용이 나온다. 조선시대 박최인(朴㝡仁·1762∼1835)도 마치 죽고 난 다음에 쓴 것처럼 지난 삶의 기억들을 자만시(自挽詩·자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만…

존 웰스 감독의 ‘더 컴퍼니 맨’(2010년)에선 몸 바쳐 일하던 회사에서 갑자기 정리 해고된 등장인물 간의 동병상련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중앙 정계에서 밀려나 오랜 세월 외직으로 떠돌던 당나라 유우석(劉禹錫, 772∼842)은 비슷한 처지의 백거이가 준 동병상련의 시(‘醉贈劉二十八…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8과 1/2’(1963년)에서 제목은 연출한 작품의 연번을 의미하는 데 불과하지만, 작품에는 감독 자신의 이야기와 고민이 담겨 있다. 청말 공자진(龔自珍·1792∼1841)의 ‘기해잡시(己亥雜詩)’도 제목은 기해년(1839년)에 자유롭게 쓴 시라는 의미일…

불태운다는 메타포를 활용한 한시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당시 중에선 태워도 태워도 들풀처럼 다시 돋아나는 이별의 슬픔을 포착한 백거이의 시가 유명하다.(‘賦得古原草送別’) 당나라에서 활동한 최치원(崔致遠·857∼?)이 들불을 보며 떠올린 것은 백거이와는 사뭇 다른 국면이었다.시인의 시…

“한시 한 구절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10월부터 동아일보에 2주마다 게재한 칼럼 ‘한시를 영화로 읊다’가 20일 연재 100회를 맞았다. 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만난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는 “햇수로 연재 6년째를 맞았다”…

영화 ‘84번가의 연인’(1987년)에서 미국 뉴욕에 사는 작가 헬렌은 책을 유달리 좋아해 영국 런던에 있는 서점에까지 책을 구하는 편지를 보낸다. 헬렌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읽고 싶은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조선시대 한양에 살던 중인 신분의 조수삼(176…

조선 최고의 비평가 허균은 성수시화(惺叟詩話)에서 연산군이 허황되고 음란했지만 문학을 좋아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중종반정이 일어난 1506년의 어느 봄날 연산군은 자작시 두 수를 내려주며 신하에게 운자(韻字)에 맞춰 화답하라는 명을 내렸다. 두 번째 수에서 읊은 봄날의 정경은 다음과…

전통 사회의 어린이들은 글공부를 하면서 한시 쓰는 연습을 많이 하곤 했다. 어린이가 쓴 한시는 어른의 생각과 글쓰기를 본뜬 것이기는 하지만, 아이다운 솔직한 감정이 꾸밈없이 드러나기도 한다. 조선시대 신계영(辛啓榮·1577∼1669)이 열 살 때 쓴 작품도 그런 예다.시인은 이웃집 사…

우리에겐 매년 반복되는 지키지 못할 계획들이 있다. 폭음하는 사람이 술을 끊겠다는 다짐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조선시대 남효온은 주사로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자 술 끊겠다는 글을 짓고 금주를 맹세했다(‘止酒賦’). 하지만 그 뒤에도 술을 마시고는 다시 술을 끊겠다는 글을 썼다(‘復止酒賦…

죽은 이를 애도한다는 ‘도망’이란 말이 아내의 죽음을 애달파 하는 시의 전용 명사가 된 것은 서진(西晉)시대 반악(潘岳)의 ‘도망시(悼亡詩)’부터였다. 우리 한시 중에선 조선 후기 심노숭(沈魯崇·1762∼1837)의 도망시가 특히 마음을 울린다. 시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다.동갑내…

알랭 코르노 감독의 ‘세상의 모든 아침’(1991년)에선 17세기 프랑스의 비올라 다 감바 음악가였던 생트 콜롱브와 그의 제자 마랭 마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레는 엄격한 콜롱브에게 가르침을 거절당하자 콜롱브의 오두막집 아래 숨어 연주를 엿듣는다. 같은 세기 조선의 거문고 명인 김성…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파블로 네루다의 시 중에 다림질에 대한 작품이 있다.(시집 ‘충만한 힘’ 중 ‘다림질을 기리는 노래’) 발해 시인 양태사(楊泰師)에게도 옛날의 다림질이라 할 다듬이질에 대한 시가 있다.758년 사신으로 일본에 간 시인은 잠 못 이루던 어느 가을밤 이웃의 다듬이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