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공유하기
기사 351
구독 177




![여인의 유혹[이준식의 한시 한 수]〈24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1/11/123012571.1.jpg)
물빛처럼 번뜩이는 병주(幷州) 과도, 눈보다 고운 오 지방 소금, 갓 익은 귤을 까는 섬섬옥수.비단 장막 안은 이제 막 따스해지고, 향로에선 쉼 없이 향훈이 번지는데, 마주 앉아 여인은 생황(笙簧)을 연주한다.낮은 목소리로 묻는 말. “오늘 밤 어느 곳에서 묵으실는지? 성안은 이미 야…
![망향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4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1/04/122908818.1.jpg)
새해 들자 더욱 간절해진 고향 생각, 하늘 끝에서 외로이 눈물짓는다.늘그막이라 매사 남보다 뒤지는 터, 봄조차 이 몸보다 먼저 고향에 가 있으리.산속 원숭이들과 아침저녁을 함께 보내고, 강 버들과는 바람과 안개를 같이 나누지.장사부(長沙傅)처럼 멀리 쫓겨난 처지, 앞으로 몇 년이나 더…
![백설의 향연[이준식의 한시 한 수]〈24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2/29/122820381.1.jpg)
한기 감도는 외딴 마을의 저녁, 사방에서 들리는 스산한 바람 소리.계곡물 깊어 눈은 쌓일 겨를 없고, 산은 얼어 구름조차 꿈쩍하지 않는다.갈매기와 백로가 날아도 구별하기 어렵고, 모래톱과 물가도 분간되지 않는다.들판 다리 곁엔 매화나무 몇 그루, 온 천지에 휘날리는 하얀 눈발.(寒色孤…
![영웅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4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2/21/122737041.2.jpg)
큰바람 일어나자 구름이 흩날리누나.온 세상에 위세 떨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나니,어떻게 하면 용맹한 군사를 얻어 사방을 지킬는지.(大風起兮雲飛揚, 威加海內兮歸故鄉, 安得猛士兮守四方.)―‘바람의 노래(대풍가·大風歌)’ 유방(劉邦·기원전 256년∼기원전 195년)
![연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24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2/14/122634850.2.jpg)
잔설처럼 하얀 비단 조각으로, 잉어 한 쌍 만들었으니내 맘속 일을 알고 싶다면, 그 배 속의 편지를 읽어보셔요.(尺素如殘雪, 結為雙鯉魚. 欲知心裏事, 看取腹中書.)―‘흰 비단 물고기를 만들어 친구에게 주다(결소어이우인·結素魚貽友人)’·이야(李冶·약 730∼784)
![시를 사랑한 도적[이준식의 한시 한 수]〈24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2/07/122534232.1.jpg)
저물녘 부슬부슬 비 내리는 강마을,이 밤 녹림호객(綠林豪客)이 내 이름 듣고 알은체한다.다른 때라도 내 이름은 숨길 필요 없겠네.지금은 세상 절반이 다 그대 같은 도적이려니.(暮雨瀟瀟江上村, 綠林豪客夜知聞. 他時不用逃名姓, 世上如今半是君.)―‘정란사 마을에서 묵다 만난 밤손님(정란사숙…
![수도자의 깨달음[이준식의 한시 한 수]〈24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1/30/122431549.2.jpg)
홀로 앉아 하얘진 귀밑머리 걱정, 텅 빈 방 어느새 이경(二更)에 다가선다.빗속에 떨어지는 산 과일, 등불 아래 울음 우는 풀벌레.백발은 결국 검어지기 어렵고, 단약(丹藥) 황금도 만들 수가 없다네.늙음과 질병을 없애려 한다면, 오직 한길 무생무멸(無生無滅)의 불도를 터득하는 것.(獨…
![불공평을 향한 일갈[이준식의 한시 한 수]〈23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1/23/122327992.2.jpg)
이끌어주는 사람 없는 길엔 잡초 삭막하고,예로부터 그대 사는 깊은 숲은 시장이나 조정과는 멀었지요.이 세상에 공평한 것이라곤 백발 하나뿐,귀인의 머리라고 봐줄 리 없다오.(無媒徑路草蕭蕭, 自古雲林遠市朝. 公道世間惟白髮, 貴人頭上不曾饒.)―‘은자를 보내며 쓴 절구 한 수’(송은자일절·送…
![시인과 가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23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1/16/122221577.2.jpg)
의사가 수고비 달라는데, 내 어디 그런 큰 재물이 있나.정정(整整)이란 가기가 하나 있는데, 쟁반 나르고 밥 푸는 잔시중은 들 수 있지.내가 즐기던 가무는 적막해졌고, 이제 남은 건 피리 몇 가닥.정정이 이런 사정을 살펴, 마나님께 잘 지내시라 인사 고하네.(醫者索酬勞, 那得許多錢物.…
![낙향의 꿈[이준식의 한시 한 수]〈23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1/09/122111415.2.jpg)
누렁소 사고 농사일 배워, 숲속 샘물가에 초가집 지으리.늙어서 살날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차라리 몇 해라도 산속에서 지내고 싶네.높든 낮든 벼슬살이란 한바탕의 꿈, 시 짓고 술 마실 수 있다면 그게 곧 신선.세상만사 다 가치가 늘어난대도, 늙고 나니 내 문장은 한 푼어치도 안 되는구…
![양귀비의 죽음[이준식의 한시 한 수]〈23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1/02/122000093.2.jpg)
북방의 말과 무소 갑옷으로 무장한 반란군이 지축 흔들며 쳐들어오자,황제는 양귀비를 죽음으로 내몰았고 자신 또한 결국엔 재가 되었지.군왕으로서 진작 그녀가 나라 망칠 줄 알았더라면,황제의 가마 굳이 마외(馬嵬) 언덕을 지나 피란 갈 일 있었겠는가.(冀馬燕犀動地來, 自埋紅粉自成灰. 君王若…
![꿈속의 상봉[이준식의 한시 한 수]〈23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0/26/121889283.2.jpg)
아득히 이승과 저승으로 갈린 십 년. 생각 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네.천 리 밖 외로운 무덤, 내 처량한 심사 호소할 길 없구나.우리 만난대도 알아보지 못하리. 얼굴은 세속의 때에 절고, 귀밑머리엔 서리 내렸으니.지난밤 아련한 꿈결 속 문득 찾아간 고향. 작은 창가에서 치장하고 있던 …
![울분을 나누다[이준식의 한시 한 수]〈23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0/19/121755728.1.jpg)
날 버리고 떠난 지난 세월 붙잡을 수 없고, 내 맘 어지럽히는 지금 시간 근심만 가득하네.세찬 바람에 만 리 먼 길 날아온 가을 기러기, 저들 바라보며 높은 누각에서 술을 즐긴다.그대 문장엔 건안(建安) 시대의 강건한 기개, 내 시엔 그 다음 시대 사조(射眺)의 청신한 기풍.우리 함께…
![단풍에 빠지다[이준식의 한시 한수]〈23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0/12/121643792.2.jpg)
차가운 산 시월의 아침, 서리 맞은 나뭇잎 일시에 바뀌었다.타는 듯해도 불이 난 건 아니요, 꽃 핀 듯하지만 봄이 도래한 건 아니라네.가지런히 이어져 짙붉은 장막을 펼친 듯, 마구 흩날려 붉은 수건을 자른 듯.단풍 구경하려고 가마 멈추고, 바람 앞에 선 이는 우리 둘뿐이려니.(寒山十月…
![소외된 이들에게[이준식의 한시 한 수]〈23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0/05/121531242.2.jpg)
둥근달 찬 하늘에 떠오르면 사람들은 세상이 다 같다고 말하지만,천 리 밖 비바람이 몰아치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하리오.(圆魄上寒空, 皆言四海同. 安知千里外, 不有雨兼风.)―‘한가위 보름달(중추월·中秋月)’ 이교(李嶠·약 644∼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