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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밑줄 긋기]때때로 캥거루](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1/12/03/110603939.1.jpg)
새로운 땅에 도착한 사람들이 물었다/저 동물의 이름이 뭡니까?/간단한 차림의 원주민이 말했다/캥거루?/주머니가 있는 동물이었다/캥거루의 정체성은 다름 아닌 주머니에 있었다/가끔 주머니 없는 캥거루가 태어나기도 했다익숙함에서 벗어나 시적 자유를 추구하는 임지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책의 향기/밑줄 긋기]들어 봐, 우릴 위해 만든 노래야](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1/11/26/110479572.1.jpg)
[환희] 병원 생활이 너무너무 지겨워서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너무 하고 싶은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아내와 고양이들과 좁은 침대에서 낮잠 자고 싶다. 아내와 드라마 보면서 밥 먹고 싶다. 거실에 이승환 무적 전설 라이브 틀어 놓고 따라 부르고 싶다. 이사 가기 전에 피규어 잘…
![[책의 향기/밑줄 긋기]카레: 카레 만드는 사람입니다](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1/11/19/110340850.1.jpg)
한의사 선생님은 내게 카레 만드는 직업이 천직이라고 했다. 카레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주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될 수 있으면 매일같이 카레를 먹으라고 하셨을 정도다. 특히 버터 치킨 카레 같은 것은 완벽하다나. 사실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따로 식사를 차릴 새가 없…
![[책의 향기/밑줄 긋기]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1/11/12/110223474.1.jpg)
그래서 저는 이 책을 통해 국악을 향해 수없이 반복되었던 ‘편견의 고리’를 ‘이야기의 고리’로 바꿔보려 합니다. ‘A는 B이다’ 같은 딱딱한 이론 말고 ‘심청은 왜 인당수에 목숨을 던져야만 했을까?’ ‘베토벤, 모차르트는 공감이 되는데 왜 산조, 시나위는 공감이 안 되는 걸까?’ ‘추…
![[책의 향기/밑줄 긋기]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1/11/05/110106033.1.jpg)
편지를 써보기로 다시 결심한 건 코로나19의 한복판을 지나는 동안의 일이었습니다. 이전보다 서로 자주 만나지 못했고, 그 어느 때보다 고립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으며,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니까요. 물론 모바일 메신저로는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지만 어떤 말은 시간을 …
![우리의 관계는 오래되었지만[책의 향기/밑줄 긋기]](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1/10/29/109985588.1.jpg)
그러지 말자 하고 기다리다 들뜬 저녁/그이는 오지 않고 노을이 덮쳤다/넘어진 무릎 아래로 붉은 피가 모였다/핏빛이 붉어야 하는 그 이유를 아는 순간/노을은 다급하게 어둠과 섞이고/이 세상 다 무너진 듯 돌아보지 않았다(멍)황량하고 누추한 일상의 남루를 들여다보는 인은주 시인의 두 번째…
![[책의 향기/밑줄 긋기]죄책감 없이 먹는 게 소원이야](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1/10/22/109847771.1.jpg)
다음 날 아침, 냄비에 남은 라면국물을 일단 끓여서 밥을 푸지게 말았다. 그러고는 국물 한 방울,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 먹었다. 지금도 누군가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을 꼽으라면 그날 먹고 남긴 라면국물에 말아 먹은 밥을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플러스사이즈 모델과 차…
![[책의 향기/밑줄 긋기]스타벅스 때문에 쿠바에 갔지 뭐야](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1/10/16/109735062.1.jpg)
“그럼 스타벅스 생기기 전에 무조건 가자.”우리가 생각했던 쿠바는 스타벅스가 없는 국가이니까, 지금 아니면 쿠바 고유의 모습을 볼 수 없으리란 조바심에 휩싸였다. 내가 돈 벌고 마음의 여유를 만들고 사치를 누릴 준비를 할 때까지 스타벅스는 기다려 주지 않을 것 같았다. 언제든 쿠바에 …
![[책의 향기/밑줄 긋기]세 개의 바늘](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1/10/08/109624371.1.jpg)
가장 많이 문장을 더했던 건 합정역 카페에서였다. 편집자 수업을 듣기 전 카페 콜마인에 앉아 커피와 함께 팥 크림이 든 케이크 한 조각을 먹으며 짧게는 몇 문장을, 길게는 한 문단 이상을 쓰고 시간이 되면 수업을 들으러 갔다. 그렇게 글 한 편을 완성했을 땐 오랜만에 오롯한 만족을 느…
![[책의 향기/밑줄 긋기]여름 상설 공연](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1/10/01/109519099.1.jpg)
(…) 천변 벤치에 앉아/빈 가지 너머 꽃잎이 흩날리는 것을 보았다/눈처럼 날아와 우리의 그림자 위로 떨어지는 꽃잎/아름답지만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온 거야/무성한 잎사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거대한 나무는 점점 더 거대해지고/우리는 냇물에 발을 담그고 오래도록 거대한 나무를 바라보았다…
![[책의 향기/밑줄 긋기]페르마타, 이탈리아](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1/09/24/109386791.1.jpg)
최후의 순간을 맞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자 문득 지금 저 화산이 폭발한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내 삶도 ‘지금, 여기’에서 멈추겠지. 새삼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여겨졌고, 성가시던 비도 생명을 축복하는 것 같았고, 몰려다니는 거대한 구름도 살아 있다는 …
![[책의 향기/밑줄 긋기]세상 끝에서 춤추다](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1/09/18/109317268.1.jpg)
저는 갈수록 글쓰기 행위 자체가 번역이라고, 적어도 다른 것보다는 번역에 가깝다고 느끼게 됐어요. 그러면 원본은, 원래의 텍스트는 뭐냐고요? 제게는 답이 없어요. 아마 아이디어들이 헤엄치는 깊은 바다 같은 원천이 원본이고, 작가는 말이라는 그물로 그 아이디어를 잡아서 반짝이는 모습 그…
![[책의 향기/밑줄 긋기]세 발로 하는 산책](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1/09/10/109199264.1.jpg)
일곱 남매 중 하나로 태어난 달마와 막둥이 보리, 오빠와 여동생입니다. 둘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꽤 다릅니다. 우선 달마는 수컷, 보리는 암컷이고요. 달마는 등 쪽 털이 조금 노릇노릇하고, 보리는 그보다 더 새하얀 털을 갖고 있습니다. 달마가 보리보다 체격은 좀 더 큰데 다리는 하나 적…
![[책의 향기/밑줄 긋기]처음 가는 마음](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1/09/03/109085649.1.jpg)
(…) 그림자가 사라질까 봐 걱정하던 밤이 있었지 / 그림자는 오직 육체가 있어야 나오는 법 // 그림자의 가치를 알았을 때 / 나는 정신이 혼미해졌지 / 나는 그림자를 끌어안고 자는 사람 / 기적을 파는 상점에서 // 볕 쬐는 일과 공기 마시는 일이 / 기적이라고 했지 / 나만 그걸…
![[책의 향기/밑줄 긋기]마음의 주인](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1/08/28/108798854.1.jpg)
타인의 모든 말을 내 귀로 가져올 필요가 없다. 훗날 내뱉은 사람조차 기억하지 못할 말을 마음에 욱여넣을 이유가 없다. 그 말은 그 사람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내 슬픔을 헤아리는 사람이 들려주는 말, 세상이 날 외면하는 순간에도 온전한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