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20년을 사는 동안 좋은 모습도 보고 나쁜 모습도 보면서 일본을 좋아하기도, 싫어하기도 했다. 처음 일본의 한 대학에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은행에 신용카드를 신청하러 갔다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담당 직원에게서 카드 사용액을 미납한 채 한국으로 돌아가면 자기네가 곤…
정치가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만 있고 당장 내일이 불투명해 적응하기 바쁜 개인에게 길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지식과 정보를 더 가진 정치는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의 변화를 점쳐 시대정신을 설정하고 자신과 함께 가자고 설득하는 법이다. 한…
“이번에 반드시 체육계 가혹행위의 뿌리를 뽑겠다.” 철인 3종경기 팀에서 폭행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고 최숙현 선수 사태와 관련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스포츠계 폭행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나온 대책은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
며칠 전 우리 책방과 협업하는 기업에 갔더니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젊은 친구들이 모여 있다. 신입 사원 면접이 있는 날이라 했다. 이 와중에 신입 사원을 뽑는다는 게 반가우면서도 면접을 잘 치러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의 마음이 올라왔다. 예전에 다니던 회사도 해마다 가을이 되면 …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그동안 정부의 수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최근에는 현 정부에 우호적인 정의당과 시민단체까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판하고 있다. 집값 상승에 이어 전·월세 가격까지 상승해 세입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민심이 악화되자 대통령이 긴급히 국토…
몇 년 전 대만인 친구가 자기 나라는 ‘헬 타이완’이라고 해서 놀란 적이 있다. 집값이 너무 비싸 결혼도 못 하고 아기도 못 낳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만을 ‘귀도’, 즉 귀신 섬이라 부르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이런 얘기가 대만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서울, 홍콩, 베이징,…
무라야마 도미이치는 1924년 일본 남단 규슈의 오이타현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노조 활동을 한 인연으로 일본사회당에 입당한 후 시의원 현의원(도의원)을 거쳐 1972년 국회(중의원)에 진출했다. 1990년 버블이 붕괴하자 자민당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19…
공동체(共同體)는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을 설레게 하는 개념이다. 동시에 추상적이고 복잡한 개념이기도 하다. 범박한 수준에서 공동체를 정의해 보면, 공통의 활동, 신념을 공유하고 주로 호의, 충성도, 공통의 가치로 함께 묶인 사람들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공동체로 부를 수 …
14년 전 이맘때 나는 산티아고 순례 중이었다. 지금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곳이지만 그때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곳이었다. 36일을 걷는 동안 한국인이라고는 단 세 사람을 만났을 뿐이다. 나는 어쩌자고 그런 곳에 간 걸까. 독실한 크리스천도 아니면서. 그때 나는 길을 잃었던 것…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금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진보적인 여당이 압승했다. 여당의 승리 요인은 그동안 추진한 평등 지향적 정책이 야당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보수는 자유와 시장경제 체제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반면에 진보는 평등을 강조…
독일어로 ‘부채’, 즉 빚(Schuld)은 ‘죄’라는 뜻도 갖고 있다. 그만큼 국가부채에 대한 독일의 태도는 엄격하다. 지난 7년간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의 80%대에서 60%대로 낮췄다. 이런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최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7500억 유로(약 1028조 원·유럽…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각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침묵을 깨고 진실을 알리자, 인간의 존엄을 파괴한 범죄에 세계가 경악했다.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일본 관방장관은 위안부의 강제성과 일본군의 관여를 인정하고 사죄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로…
작년 여름 동아일보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여권의 민주주의 운용 방식에서는 철학의 빈곤을 본다. 반대 목소리를 친일(親日)로 묶어 정당성을 박탈하고 토론과 설득을 망각하고, 정작 자신들은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실업과 고용, 재분배와 사회정의, 복지 정책의 후퇴에 앞장서는 모습에 절…
요즘 나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이면 TV를 켠다. TV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닌데 두 달째 이러고 있다.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보기 위해서다. 오늘 밤이 마지막 회인 이 드라마는 지난주 시청률 26.8%(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영국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각색한 거라지만 …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위기를 극복하고자 각종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실업과 수입 감소로 어려워진 가계를 돕기 위해 전 국민에게 가구당 최대 1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