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인식 전환 필요성 일깨운 오징어게임[동아광장/우정엽]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입력 2021-10-12 03:00수정 2021-10-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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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꺼리는 현장 채우는 이주노동자
세금 내지만 재난지원금 대상 제외돼 논란
이주자 인력수급 측면보다 동반자 인식해야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오징어게임’과 관련된 기사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과거 한국 문화상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끈다는 유의 기사들은 소위 ‘국뽕’과 같이 취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오징어게임의 경우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오징어게임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국가들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조금 다른 관점에서 오징어게임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나 더해 보고자 한다.

오징어게임 속에는 여러 배경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실직이나 사업 실패 혹은 범죄 등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재무 상황에 처한 사람들도 있지만, 탈북이라든가 이주노동과 같이 한국 사회에서 추가적으로 어려움이 더해지는 배경을 가진 인물들도 있다. 약간의 스포일러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고 글을 쓰자면, 알리라는 이주노동자 청년은 극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보는 사람들마다 ‘사장님’으로 호칭하는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른 참가자를 돕는 매우 이타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극 중 그의 존재를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필자는 이민자에 대한 인식의 차원으로 해석했다.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게임 관리자들은 평등을 매우 강조한다. 게임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배경과 상관없이, 그리고 다른 외부적 도움 없이 평등한 조건에서 게임을 수행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게임 안에서는 평등할지 모르나, 게임 참가 제의는 관리자가 정한다. 오징어게임에 참가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기 때문에 평등한 참가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영화에서처럼 게임 탈락의 대가가 죽음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논의를 위해 영화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게임 참가가 참가자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일단 게임에 선택될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져야 할 것이다.

영화에서 보면 특수한 참가 배경을 가진 고령자와 피부색이 다른 2명의 참가자를 제외한 453명의 참가자들은 15∼64세 사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현재 15∼64세 연령대의 인구는 약 3713만 명이다. 그중 453명이 선택되었으니 인구 10만 명당 1.3명 정도가 오징어게임에 참가한 셈이다. 그에 반해 알리와 같은 참가자는 2명으로 보이는데, 그 둘을 모두 이주노동자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 수를 100만 명으로 보고 있으니 50만 명에 1명이 참가할 권리를 얻은 것이다. 영화에서 평등을 강조하기는 하나 이미 현실 대비 그들의 대표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민자에 대한 처우는 이미 문제가 되고 있는데, 최근 이들이 세금을 내고 있음에도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한 논란과 같은 것이다. 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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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존재는 현실이다. 많은 경제 현장에서 ‘한국인’들이 취업을 더 이상 하려 하지 않는 영역의 일들을 이들 이주노동자들이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국민들이 수행하지 않으려 하는 영역의 일들을 이민자 혹은 이주노동자들이 수행하는 것이다. 최근 영국에서 주유소에 긴 줄을 늘어선 사람들이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먹질을 불사하는 장면들이 보도되었는데, 주유소에 기름이 모자라게 된 이유는 영국에 기름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름을 운반할 트럭 운전사들이 모자라기 때문이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유예 기간이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트럭 운전사로 일한 많은 외국인들이 자국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많은 이민자들이 일하던 농장 등에서도 노동자가 줄어들자 추수감사절 식탁에 오를 칠면조가 공급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역시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한다면 이민자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요소가 있지만, 영국이 브렉시트를 실시한 가장 큰 이유로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꼽힌다.

경제 구조가 바뀌고 소득이 높아지면서 직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특정 직업군은 이주노동자 없이 돌아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오징어게임에서 한국인은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알리에게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지만, 그것이 알리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이민자에 대한 인식의 전환 없이 경제 구조상 필요한 인력 수급 측면에서만 이주노동자들을 보게 되면, 알리와 같은 희생자는 계속해서 나오게 될 것이다.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이민자 인식 전환#오징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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