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인사청문회 ‘아들 학폭-방송장악 의혹’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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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학폭위 피하려 아들 전학 꼼수”
李 “학교가 처벌할것 아니라 판단”

여야가 18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사진)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아들의 학교폭력 무마 의혹과 이명박 정부 시절 이른바 ‘방송 장악’ 문건 의혹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학폭 외압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자녀 학폭만으로 고위 공직자 자격 박탈”이라며 “이 후보자 아들의 학폭 사건은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열리지 않았고 전학도 밀실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도 “아들의 전학 조치는 학폭위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학폭위를 열어서 처벌할 정도의 내용이 아니라고 학교에서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당시 학폭위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초기 상황에서 학폭위를 구성해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도 “학교폭력 대응 기본지침에 따르면 가해 학생이 잘못을 인정해 피해 학생에게 화해를 요청하고 응하는 경우는 담임교사가 자체 해결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고 이 후보자를 엄호했다.

야당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이 후보자가 국가정보원을 통해 언론인을 사찰했다는 의혹도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이 후보자가 보고받거나 요청했던 국가정보원 문건이 30여 건 발견됐고 그 가운데 실행이 확인된 것은 9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보고서 존재 자체는 사실이겠지만 (언론 동향) 모니터 수준의 것”이라며 “만약 관여했다면 엄혹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글로벌 미디어 시장은 변화된 디지털·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미디어 공공성과 공정성의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 공영방송으로서 더 큰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野 “이동관, KBS사장에 진행자 교체 요청”… 李 “전화한 적 없다”


李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野 “국정원, 언론문건 매일 보고”
李 “보고 받은 기억 없다” 반박
李, 文정부 방송사 적폐청산委에… “홍위병운동 비슷한 성격이라 생각”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가해 사실이 있는데도 학교폭력대책위원회(학폭위)를 열지 않고 전학을 보낸 건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압력을 행사해 학폭위가 열리지 않게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국민의힘 홍석준 의원)

18일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여야 간 합의 불발로 증인과 참고인, 자료 제출이 빠진 채 검증보다는 여야 설전이 주로 이뤄졌다. 이 후보자의 지명 초기부터 불거진 아들의 학교폭력 무마 의혹과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을 통한 ‘언론 사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아들의 학폭 논란에 대해 “아들의 학폭에 대해 부적절한 개입은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아들이 깊이 반성하고 있다. 널리 양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언론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 野 “학폭위 미개최는 특혜”


민주당은 이날 인사청문회 시작부터 이 후보자를 향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학폭 의혹에 공세를 집중했다. 당시 피해자들이 작성한 진술서를 공개한 서동용 의원은 “이 후보자 아들이 휴대전화를 빼앗아 게임하고,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하고, 매점에서 자신의 것을 사라고 강제해 돈을 쓰게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밝혔다. 강득구 의원은 “만약 학폭위가 열리고 생활기록부에 기재됐으면 아들이 지금 다니는 대학에 붙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아들을 한 10차례 불러 물었더니 갈취나 휴대전화를 뺏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며 “300번 이상 머리를 박게 하면 살아 있을 수가 있나. 솔직히 아무도 그 현장을 본 사람이 없다”고 했다. 여당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도 “피해를 당했다는 학생이 피해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데 민주당이 이 문제를 자꾸 부각시키는 것이 2, 3차 가해”라며 반박했다.

민주당 이정문 의원은 “지금이라도 자진 사퇴할 생각이 있느냐”고 이 후보자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점심 먹으면서 생각해 보겠다”고 한 뒤 오후에 회의가 재개된 후 “제 마음대로 그만두고 말고 할 자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 與 “민주당 방송 장악 내로남불”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재직 당시 국정원을 통해 방송을 사찰하고 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언론 장악 기술자”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08년 이병순 전 KBS 사장에게 전화해 아침 방송 진행자 교체를 요청했다”며 “국정감사 때 증인을 통해 사실로 밝혀지면 방통위원장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이 전 사장에게 전화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윤영찬 의원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이 편파적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한 국정원 직원이 홍보수석실에 파견돼 있었고 이는 수석이 동의해야 한다”고 따졌다. 이 후보자는 “당시 국정원 직원의 존재를 몰랐다”고 해명했다. 국정원 보고서가 매일 홍보수석에게 보고됐다는 윤 의원의 주장에도 “그런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현장이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반박했다. 과방위원장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방송 장악을 하겠다는 문건이 있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인지,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마지막 발악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문재인 정부 시절 이른바 적폐청산을 명목으로 지상파 방송사에 설치된 각종 위원회에 대해 “홍위병 운동과 유사한 성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공영방송이 정파적 보도를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그런 시스템을 먼저 교정한 후에 필요하다면 지원도 강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뉴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정보가 포털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포털 스스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포털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동관#인사청문회#아들 학폭#방송장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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