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 ‘정책추진 미흡’ 산업-환경부 장관에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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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폐기-가뭄 대책 미진’ 판단
“前정부 인사, 국정 방해땐 솎아내야”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5.9.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9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5.9.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에서 “탈원전 등 전임 (문재인) 정부 정책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이 그대로 남아 새 정부 국정운영 추진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면 솎아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이날 “(공무원이)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 새 국정 기조를 맞추지 않으면 과감한 인사조치를 하라”고 이례적으로 공개 질책을 내놓은 데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의 정책 추진 미흡과 인적 구성 등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1주년을 맞아 내놓은 고강도 질타는 공직사회에 대한 강도 높은 기강 잡기 성격과 함께 집권 2년 차를 맞아 국정과제 이행을 전 부처에 독려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0일 대통령실과 여권에 따르면 산업부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전 활성화, 한국전력공사 구조조정 등 주요 업무처리 성과가 미진하다는 취지의 보고가 윤 대통령에게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산업부 내 에너지 파트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차관 등 인적 교체로 국정과제 이행에 속도를 내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알박기 인사와 부처 회전문 인사 관행으로 주요 공공기관도 전임 정부 인사들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취임 1년이 지나도록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에 깊이 관여했던 인사들이 요직을 유지하면서 주요 공공기관 인선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를 두고는 4대강 보를 활용한 가뭄 대응 등 정책 추진에 미온적인 점이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추지 못할 경우엔 장관이 여러 조치를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성과가 나지 않으면 두 부서도 개각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경고는 장관들이 책임지고 일을 확실하게 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尹, 당정대 오찬서 “배 너무 느려”… 공직 기강 잡기


국무회의서 “국정 방해 솎아내야”
‘원전-물관리’ 산업-환경부 질책
취임 2년차 맞아 과감한 변화 독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공직사회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독려하려는 의도다. 윤 대통령이 9일 공개 질책한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인 탈원전 정책, 신재생에너지 및 물관리 일원화를 각각 담당했던 곳이다. 그런 만큼 전임 정부의 색채가 부처와 산하 기관 곳곳에 드리워져 있고, 국정과제 이행 의지도 윤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일 국무회의 중 나온 윤 대통령의 ‘솎아내기’ 발언에 대해 10일 “윤 대통령은 ‘변화’를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는데 지난 정부 때와 비교해 명확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는 부처와 공무원들에게 과감한 정책 추진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는 취임 1년이 지나도록 개혁 과제가 공직사회에 전파되지 못했다는 뜻도 가능한 만큼, 대통령이 산업부와 환경부 두 장관에게 경고 메시지를 공개 발신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직사회가 국정 기조에 배치되는 정책 노선을 고집하거나 함께 발 맞추지 못하는 경우엔 장관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산업부에 대해 “지난해부터 업무 과정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보고가 많았다”며 “특히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핵심 인사들이 산업부 내 요직을 여전히 차지하고 있고 공공기관 내 ‘알박기’ 인사도 개선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주요 산하 기관 인사가 대통령실도 모른 채 진행된 적도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강경성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이 산업부 2차관으로 임명된 것도 부처 및 산하 기관 인선과 정책에 대통령실이 주도권을 더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환경부에 대해선 문 정부 때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했던 부처인데 정권 교체 후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인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환경부는 지난 정부 당시 ‘친환경’ 등 대표적인 브랜드가 되는 부처”라며 “정부가 바뀌었는데도 환경부가 선명하게 바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누적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당 지도부, 국무위원, 대통령실 참모들과 잔치국수로 간단한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도 “강 위에서 배를 타고 가는데 배의 속도가 너무 느리면 물에 떠 있는 건지, 가는 건지 모른다”고 비유하면서 “속도가 더 나야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2년 차에는 속도를 더 내서 국민들께서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정책추진 미흡#산업-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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