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이 맡고 있던 ‘장관급 직위’ 2개는 어떤 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1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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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청에서 열린 ‘2023 동작구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덕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당권 도전을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관련해 나 전 의원이 역임하고 있는 직위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나 전 의원이 윤석열 정부에서 맡은 임명직은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 2개. 친윤(친윤석열) 그룹이 나 전 의원의 당권 도전 움직임에 ‘장관급 직위를 2개나 맡았으면서 성과도 못 낸 채 당 내 정치를 한다’고 비판하는 배경이다. 이에 맞서 나 전 의원 측은 ‘장관급은커녕 권한도 예산도 없는 사실상 민간인 지위’라며 친윤계의 공격이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저출산고령위는 정부가 추진하는 저출산, 고령화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다. 정책의 무게감을 감안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7개 부처의 장관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민간위원 17명과 함께 참여한다. 실질적으로는 부위원장이 위원회를 이끄는데, 부위원장은 그동안 정치권 출신의 저명인사들이 맡아왔다. 1대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2대 같은 당 서형수 전 의원에 이어 나 전 의원이 3대 부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에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지난해 10월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에 나 전 의원을 임명하며 “보건복지 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과 100세 시대 일자리, 건강, 돌봄 지원 등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임명 3개월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헝가리식 ‘출산 시 대출원금 탕감’ 구성을 내놓자 대통령실이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반박하며 연일 신경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직에서 사의를 표한 것은 이 자리에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본인 정치에 발목을 잡는다는 것.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직이 장관급이라고는 하지만 현직 장관과 같은 권한과 책임, 예산이 주어지지 않다보니, 차라리 제도권 정치를 통해 정책을 만지는 게 낫다는게 나 전 의원의 속내인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은 비상근직으로, 부위원장은 190만 원 가량의 월급과 회의 참석 시 수당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이 맡고 있는 또 다른 장관급 직위인 ‘기후환경대사’는 ‘대외직명대사’로 임기 1년의 무보수 명예직이다. 대외직명대사는 각 분야에서 전문성과 인지도를 갖춘 인사에게 대외직명을 부여해 정부의 외교 활동을 지원하도록 하는 제도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외직명대사는 총 5명이 임명됐다. 나 전 의원 외에 교수 출신 3명, 언론인 출신 1명이 임명돼 있다.

한 여권 인사는 “나 전 의원이 맡고 있는 자리는 실질적인 힘이 없는데도 ‘친윤계가 장관급 자리 2개’라며 맹공을 퍼붓는 것에 대해 나 전 의원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저출산고령위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며 “현직 장관과 다른 자리라고 말하기 전에 성과를 먼저 보여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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