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산가족, 사라지기 전 해결을” 北에 회담 제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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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통일 공식제의… 北 무응답
4만3746명 생존, 평균 82.4세
“일회성 상봉 넘어 근본대책 필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장관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고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북측에 공식 제안했다. 이날 오전 권 장관이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에서 열린 제41회 이산가족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장관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고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북측에 공식 제안했다. 이날 오전 권 장관이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에서 열린 제41회 이산가족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개최하자고 북한에 공식 제의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산가족을 의제로 남북 회담을 공개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권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담화를 통해 “남과 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빠른 시일 안에 직접 만나서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담 일자, 장소, 의제와 형식 등도 북한 측의 희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북한에 열린 대화를 제안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꺼낸 권 장관은 “한 달에만 이산가족 400여 분이 세상을 떠난다.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는 총 13만3654명이다. 이 중 생존자는 3분의 1 수준인 4만3746명에 그친다. 신청자 평균 연령은 82.4세로 90세 이상은 1만2856명, 80대 1만6179명, 70대 8229명 등 대부분 고령자다.

정부는 이날 오전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권 장관 명의로 북한의 리선권 통일전선부장에게 회담 제의를 건네는 통지문을 전달하고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오후 5시까지 통지문 수령 여부를 포함해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권 장관은 “북한의 호응이 없더라도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지속적으로 제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산상봉, 적십자 대신 정부 직접 회담”


정부, 北에 회담 제안

이산상봉 신청자 3분의 1만 생존
해결 시급 판단에 정부가 나서
“北호응 없어도 문 계속 두드릴것”
대남 강경 北, 화답 가능성 낮아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담화에서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관련 남북회담 형식은 이례적이다. 1970년대부터 이어온 기존의 적십자회담이 아닌 정부 당국자회담이라는 점에서다.

가족 상봉의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다급한 현실이 정부가 직접 나서게 된 배경이 됐다. 윤석열 정부 5년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이산가족 1세대 상봉은 영영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시급함이 깔려 있는 것.

권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거와 같은 소수 인원의 일회성 상봉으로는 부족하다”며 “당장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하여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1985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총 21차례 대면 상봉과 7차례 화상 상봉을 통해 2만4000여 명의 이산가족이 만났지만 앞으로는 이벤트성보다는 상시 상봉을 통해 접점을 확대해 보겠다는 취지다.

또 적십자에 맡겨두기보다는 정부가 능동적으로 인도적 사안의 대표 격인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남북관계에 따라 영향을 받아 중간에 단절돼 그 피해를 이산가족이 떠안지 않도록 하고, 회담 개최 시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방역이나 민간인들의 남북 통행 등 행정적 절차까지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회담 제안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도 북한이 바로 화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주로 남북관계 해빙기에 집중적으로 열렸던 점을 고려하면 대남 비난과 강경 발언을 일삼는 북한이 선뜻 수락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 안팎의 관측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탐탁지 않지만 그렇다고 천륜을 거스르기도 뭐해 딱 잘라 거절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라면서 “반전의 기회가 충분히 있으리라 봤고 (회담 제안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차원에서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남북 간 얽힌 현안 중에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 당국이 의지와 노력을 보였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었다”며 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왜곡하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권 장관은 담화 발표 이후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에서 열린 ‘제41회 이산가족의 날’ 행사에서도 “남북 당국이 나서서 이념과 정치와 체제를 내려놓고 정직하게 이 문제를 직면해서 주저 없이 신속하게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이어 “가족을 강제로 헤어지게 하고, 생사와 소재조차 영영 모른 채 평생을 후회와 그리움 속에서 살도록 만든 것은 가장 참혹하고 잔인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기존의 이산가족 상봉 시 제공돼 왔던 ‘반대급부’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권 장관은 “대북 쌀 지원 등 현재로선 이런 인도적 문제에 관해 유인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최근 북한이 식량난을 겪으면서 인도나 여타 동남아 국가들을 통해 쌀을 수입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잇따른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북 정책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사안을 병행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열리기를 고대하는 모습이다. 권 장관은 “두 개가 (서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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