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년만에 “대적투쟁” 강경 기조…핵실험 등 정당화 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2일 2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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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8일부터 1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진행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8일부터 1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진행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북한이 8~10일 진행된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론에서 남측을 ‘적(敵)’으로 명시한 건 남북 간 긴장 수위를 높이겠다는 예고이자 향후 ‘중대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강 대 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선언한 것도 화해 기조 대신 핵·미사일 능력 강화 등 강경 노선을 통해 대북제재 등에 정면으로 맞서겠단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가 지난달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맞선 강경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북한 역시 이번에 ‘강 대 강’으로 맞서겠다고 밝히면서 출범 한 달째 접어든 윤석열 정부에 ‘북한 리스크’가 최대 암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北, 2년 만에 ‘대적(對敵)’ 표현 꺼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8일부터 1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진행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8일부터 1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진행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11일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전원회의 결과 “대적 투쟁과 대외사업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들과 전략 전술적 방향들이 천명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남측을 겨냥해 ‘대적’이라고 언급한 건 2년여 만이다. 앞서 2020년 6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대남 사업을 철저히 대적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 북한은 대북전단 비난 담화를 낸 뒤 남북 간 모든 통신을 끊는 등 대남 강경 드라이브를 걸면서 ‘대적 사업’이란 표현까지 썼다. 이후 남북 관계가 해빙기로 접어들면서 북한은 ‘적’ 표현을 자제해왔는데 이번에 다시 그 표현을 전격적으로 꺼내든 것이다.

우리 당국은 북한이 우리를 적으로 규정한 게 향후 도발을 정당화하려는 명분 쌓기 의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도 이번 전원회의 관련해 “‘대적 투쟁’ 표현처럼 (북한의) 강경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그동안 남측을 겨냥한 표현을 바꾸거나 수위를 높일 때마다 곧 긴장 고조 행위로 이어갔다”며 “결국 우리가 적이니 북한 자위권을 위해 핵실험도 정당하단 논리를 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북한 정권·군을 적으로 명기하는 방안 검토한다”고 하자 북한이 맞붙을 놓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김정은 ‘정면승부’ 밝히며 긴장 수위 높여


김 위원장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직접 밝힌 “강 대 강, 정면승부의 투쟁 원칙”이란 표현도 주목할만하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공화국 무력과 국방연구부문이 강행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하며 이러한 원칙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월 김 위원장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겨냥해 “최대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앞으로도 강 대 강, 선 대 선 원칙에서 상대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때 김 위원장은 “핵 선제 및 보복 타격”을 거론하며 핵무기 장착 전략핵추진잠수함(SSBN) 개발도 처음 공식화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춰보면 결국 김 위원장이 ‘정면승부’를 선언한 건 한반도 긴장 상황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대내외적인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포석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핵실험 관련해선 직접적 언급을 안했지만 “국가안전에 대한 담보와 신뢰의 기초를 다지는 데서 역사적인 전진을 이룩했다”고 자평했다. 신형 미사일 개발 등에서 계획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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