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텃밭 뛰어든 국힘…이변 없었지만 조용한 반란

  • 뉴시스
  • 입력 2022년 6월 2일 13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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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 깃발을 꽂지는 못했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 때보다 높은 10% 중반대 득표율을 얻어 한층 고무된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호남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공들인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6·1 지방선거에서 호남 광역단체장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의 최종 득표율은 10% 중반대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 15.90%,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 18.81%, 조배숙 전북지사 후보 17.88%의 득표율을 보였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호남 득표율을 상회하는 수치다. 윤 대통령의 득표율은 광주 12.72%, 전남 11.44%, 전북 14.42%로, 호남에서 보수 정당 대선 후보 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보수 정당 후보들의 한 자릿수 득표율을 고려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당시 전덕영 바른미래당 광주시장 후보 5.05%, 박매호 바른미래당 전남지사 후보 3.84%, 신재봉 자유한국당 전북지사 후보 2.72% 득표율을 얻었다.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들의 약진도 주목된다. 김유성 함평군수 후보는 12.46% 최종 득표율을 기록했다. 광주시의회와 전남·전북도의회에도 국민의힘 비례대표가 1명씩 들어가게 됐다.

여당 내부에서는 정부여당이 오랫동안 굳어진 지역 구도를 깨기 위해 호남 지역 민심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호남에 공을 들이기 시작한 건 지난 2020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때부터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 광주를 방문해 호남과 직접 접촉했다. 첫 방문에서는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 사죄’를 하며 달라진 보수를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준석 대표도 호남 지역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 대표는 호남 지역만 20번 이상 방문한 이 대표는 전남 섬 지역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지역 민심을 살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통합’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도 호남 끌어안기에 적극적이다. 윤 대통령은 호남 지역 현안을 직접 챙기며 보수정당 대선 후보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당정청은 지난달 18일 보수 정권 사상 처음으로 전원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당 지도부는 5·18 기념식 참석 후 호남 지역을 두루 돌며 호남 챙기기에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예산 폭탄을 투하하겠다”며 호남 의원들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광주에서 출마한 후보들의 현수막이 훼손되자 아침 일찍 광주로 내려가 재게첩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호남에 공고화된 민주당 일당 독점 구조 빈틈을 파고들어 호남 제2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내 공천 논란, 호남 홀대론 등으로 실망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이번 지방선거는 서진(西進) 정책에 힘이 실린 여권의 통합 행보가 보수 정권의 무덤으로 불리는 호남에서 실제로 높은 득표율로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쏠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호남에서 10% 중반대 득표율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한층 고무됐다. 당 지도부는 전날 오후 7시30분께 방송 3사 출구조사 발표 직후 광역단체장들의 이름을 힘차게 외치며 “졌지만 잘 싸웠다”, “고생했다”고 위로했다.

광역단체장 승리라는 이변은 없었지만 국민의힘은 앞으로도 서진 정책을 계속 전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이어 한 번 더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게 됐다. 선거 때마다 2~3%씩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 명실상부한 호남 제2당 위치에 올라섰다”며 “앞으로 호남에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 성과가 날 때 대한민국의 정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결과와 크게 차이가 없었고, 대선보다 득표율이 나아진 것을 보면 앞으로 저희의 노력 여하에 따라 호남도 공략이 가능할 것”이라며 “호남과의 동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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