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평양 호화 타운하우스…北 계층 격차 심화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14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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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시한 평양 시내 호화 타운하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통해 북한 내 계층 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음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관영 매체는 지난 13일 열린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준공식 장면을 14일 공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준공식장을 찾아 연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입주민들의 열광적인 박수 속에 김 위원장은 주택 내부에 들어가 가구와 집기류 등을 직접 점검했다.

14일 오후 북한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공개된 주택구 모습은 한국 호화 타운하우스를 연상시켰다. 외부 조경을 비롯해 주택 내부 장식 등이 한국에서 각광받고 있는 타운하우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북한 당국은 이 호화 주택에 평범한 인민들이 입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는 이날 준공사에서 “불과 1년 전 만해도 위대한 수령님의 저택이 자리 잡고 있던 이곳에 평범한 인민들이 살게 될 호화스러운 주택구가 일떠서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용원은 또 “수도의 번화가가 억만장자들의 것으로 되고 있는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회주의 전설, 또 하나의 평양 전설이 태어나게 됐다”며 한국 부동산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주택에 입주할 사람들은 각 부문 노력 혁신자, 공로자, 과학자, 문필가들이다. 유명 방송인인 리춘희 아나운서 등이 입주 기회를 얻었다. 북한 스스로도 이를 인정했다. 조용원은 이날 “경루동의 호화 살림집들에 보금자리를 펴게 된 각 부문의 모범적인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을 당 중앙위원회의 이름으로 열렬히 축하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주택구가 특권층에게 제공될 것이라고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평양 내 호화주택구를 조성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을 실질적으로 지지하는 평양 내 특권 계층을 배려하는 의도”라며 “평양 내에서는 이미 북한 사회에 만연한 계층 분화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집권 후 북한 내 빈부 격차와 양극화가 심화됐음은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났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2018년 자체 조사 결과와 관련, “ 평양시 중구역 외성동에 위치한 주택(면적 230㎡)가격은 약 30만 달러, 평양시 사동구역 삼골동에 위치한 주택(면적 30㎡)의 가격은 약 700달러 미만으로 약 400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며 “평양의 최고급 주택과 양강도 혜산의 저가격 주택의 가격은 3530배나 된다”고 밝혔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기자 출신이자 북한 경제 전문가인 문성희 박사는 지난 1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에도 빈부 격차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고 왔고 듣기도 해왔다”며 “고난의 행군 시기에 돈이 없어서 헤매던 한 간부가 돈이 있는 사람과 만나서 재혼을 한 뒤 지금은 호텔 주인이 된 사실이 있었고 평양대극장안 식당 여주인이 평양외국어대학인가 유명 대학을 졸업했지만 외교관이나 통역사가 되는 것보다 장사의 길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문 박사는 이어 “북한 주민들이 이런 사람들에게 비판적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자기도 그렇게 돈을 벌고 싶다는 동경의 대상”이라며 “돈주에게서 돈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빌린 원금에 이자까지 받아가는 돈주는 더더욱 부자가 되고 돈주한테 돈을 빌렸지만 사업에 성공하지 못 한 사람은 더욱 빈곤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박사는 또 “유치원 원아들 사이에서 도시락 격차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반찬이 많이 들어간 고급 도시락을 가져오는 원아가 있는 반면에 겨우 쌀밥 정도만이 들어간 도시락을 가져오는 아이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기 싫어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출신의 한반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2018년 자유아시아방송 기고문에서 “지역별, 사회 계층별 차이가 크지만 대부분 북한사람들의 소비 생활은 2008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동시에 최근 북한에서는 원래 크지 않았던 사회 양극화가 전례 없이 심해졌다. 북한 사람들 대부분은 생활수준 향상을 환영하고 있지만 양극화를 나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란코프 교수는 또 “지금 평양에서 고급 식당이나 고급 여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급 수입차들을 보면 북한 사람들도 이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며 “빈부격차가 켜졌다는 것은 북한 시골에는 강냉이 밥이라도 먹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과 직결된다”고 짚었다.

이종규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9년 ‘북한의 경제사회지표 분석: 복합지표조사(MICS)를 중심으로’ 논문을 통해 2018년 유니세프 복합지표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이 위원은 “평양과 비평양 지역의 격차는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재산 상위 그룹이 가장 많은 지역은 평양과 함경북도였고, 재산하위 그룹이 가장 많은 지역은 양강도와 황해남도였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에 따르면 북한에서 재산 하위 구간 사람들은 26.0%만이 컴퓨터를 사용한 경험이 있었고 20.2%만이 휴대전화를 소유하고 있었다. 재산 하위 구간 주민 중 인터넷 사용을 경험한 사람들은 2.5%였다.

북한 도시와 농촌 간 격차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교육과 학습능력을 제외한 가계자산, 생활에너지, 주거 인프라, 정보통신 등 모든 부문에 있어서 도농 간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위원은 “북한 내부적으로는 성별, 연령별, 도농별, 지역별, 재산계층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며 “시장화가 확대되고 있는 북한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의 상황이 향후 소득분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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