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반가운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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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4일 0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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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News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News1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러시아를 ‘공개 두둔’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평소 ‘주권국가에 대한 외세의 자주권 침해 행위는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쳐온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주권 침해행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란 이유에서다.

2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을 규탄하며 즉각적인 철군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회원국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 채택됐다. 이날 결의안 표결에서 찬성은 141표, 반대는 5표, 그리고 기권은 35표가 나왔다.

‘반대’ 5표는 침공 당사국인 러시아, 러시아와 함께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의 일원이었던 벨라루스, 그리고 시리아·에리트레아 및 북한으로부터 나왔다.

북한의 이번 결의안 ‘반대’ 표결은 일찌감치 예견돼왔던 측면이 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전날 총회 연설에서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패권정책’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대놓고 러시아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함께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마저 ‘기권’한 이번 표결에서 북한이 반대표를 행사한 건 평소 그들의 주장에 비춰볼 때 “논리적 모순에 가깝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오랜 대외정책 핵심기조 가운데 하나가 ‘타국(他國)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미국의 이른바 ‘제국주의’ 행동에 반대하는 ‘자주 주체’가 북한 대외정책의 골격인데, 러시아의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를 훼손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북한 핵실험 일지.© News1 DB
북한 핵실험 일지.© News1 DB
실제 북한이 그동안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를 놓고 자신들 대한 ‘2중 기준’이라며 반발해왔다. 미국은 이미 개발·보유 중인 핵무기를 ‘왜 우린 가지면 안 되냐’는 논리였다. 북한은 같은 이유로 우리 군의 무기 개발까지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선 스스로에게 ‘2중 기준’을 적용한 셈이 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같은 ‘무리수’를 둔 데는 단순히 러시아가 주요 우방국이란 이유뿐만 아니라 다른 계산이 깔려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교수는 “지금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이란 명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외 다른 건 부차적인 문제”라며 “러시아가 자기 혼자 알아서 국제질서를 완전히 흔들어주고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그 자체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는 지난 1994년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국가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내용의 ‘부다페스트 각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의 크름(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이 각서는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러시아의 이번 침공 또한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북한은 1993년 NPT 탈퇴를 선언한 뒤 1996년 제1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이를 계기로 안보리 차원의 제재가 시작됐다.

또한 러시아는 지난달 25일 안보리 회의에 ‘러시아군 철군’ 결의안이 상정됐을 땐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해버렸다. 안보리에서 결의안에 채택되려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 이상이 찬성하는 동시에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어느 한 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 같은 안보리 체제의 약점을 이용해 ‘철군’ 결의안 채택을 막으면서 이번 긴급특별총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 또한 “유엔 체제를 흔드는 것”이란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박 교수는 “북한식의 ‘특이 사고’로는 이번 사태를 자신들의 ‘반(反)제국투쟁’에 러시아가 동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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