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전두환, 얽히고 설킨 묘한 인연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23일 13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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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전두환씨가 23일 사망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의 과거 인연에 새삼 눈길이 간다.

문 대통령과 전씨의 ‘아이러니한’ 인연은 유신 체제였던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대통령은 경희대 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5년 유신독재 반대 시위를 하다가 구속됐고, 석방된 뒤 얼마 되지 않아 강제 징집됐다.

특별관리 대상이였던 문 대통령은 창원 39사단에서 훈련을 받은 뒤 특전사령부 예하 1공수 특전여단 3대대에 배치를 받는데, 당시 1공수 여단장이 전씨였다.

문 대통령은 본인의 저서 ‘운명’에서 “(자대 배속 뒤) 관등성명부터 외게 했는데, ‘여단장 준장 전두환’, ‘대대장 중령 장세동’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장세동씨는 훗날 5공화국에서 대통령 경호실장과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부장 등을 역임하며 전씨의 ‘심복’이자 ‘5공 실세’로 거듭난다.

문 대통령이 전역한 부대이자 전씨가 지휘했던 1공수 여단(박희도 준장) 역시 훗날 전씨가 권력을 잡은 계기가 된 12·12쿠데타에 동원돼 시민들이 잠든 틈을 타 서울의 국방부와 육군본부를 무력으로 장악한다.

문 대통령은 1공수 여단에서 공수병이자 폭파병으로 훈련을 마치고, 정병주 특전사령관으로부터 폭파과정 최우수 표창을 받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에 표창을 준 정 전 사령관도 1979년 전씨가 이끈 군내 사조직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저항하다 결국 부하들에게 총을 맞는다.

문 대통령은 전역 뒤 캠퍼스에 돌아갔지만 ‘서울의 봄’이 온 1980년 5월 전씨의 신군부가 비상계엄을 내리면서 청량리경찰서 유치장이 수감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서울역 광장에 모인 학생들이 신군부에 계엄령 해제와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군 투입 소식에 자진 해산한 ‘서울역 회군’에 대해 마음의 빚처럼 지니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그 중대한 기로에 서울의 대학생들이 싹 피해버린 가운데, 광주시민들만 외롭게 계엄군과 맞서야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면서 “나는 서울지역 대학생들의 마지막 순간 배신이 5·18 광주항쟁에서 광주시민들로 하여금 그렇게 큰 희생을 치르도록 했다고 한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광주MBC에서 방송된 ‘5·18 40주년 특별기획 문재인 대통령의 오일팔’에서도 서울역 회군에 대해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고, 당시 민주화운동 세력들 모두가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을 늘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전씨와의 인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통해서도 직간접적으로 이어진다.

노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1981년 전두환 정권이 부산 지역 학생들을 영장 없이 체포하고, 불법으로 고문해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한 ‘부림 사건’을 무료로 변호한다.

문 대통령은 광주MBC 특별기획에서도 ‘5.18을 상징하는 여러 인물 중 가장 생각나는 인물’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그러니까 그 당시의 노무현 변호사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광주 항쟁의 주역은 아니지만 그러나 광주를 확장한 그런 분으로서 기억을 하고 싶다”며 1987년 6월 항쟁 당시 노 전 대통령과 부산에서 5·18 광주 비디오를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진실을 알렸다고 술회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이후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5공 비리 청문회에서 노 전 대통령은 전씨에게 명패를 집어던져 일약 국민들의 스타가 됐다.

‘노무현의 영원한 친구’이자 ‘참여 정부’ 정신 계승한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첫해부터 5·18민주화운동 재조사에 힘을 쏟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박근혜 정부가 종북 논란을 이유로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반대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식에서 부를 수 있도록 지시했다.

또 같은 해 ‘헬기사격 및 전투기 출격대기 관련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진상을 재조사하도록 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2018년, 5·18 가해자인 국방부 장관으로서는 38년 만에 계엄군의 헬기 사격과 전투기 무장출격 대기 사실이 밝혀진 것과 관련해 광주 시민과 국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2018년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보듬는 것에서 진실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겠다”며 계엄군 성범죄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전두환·노태우·정호용·장세동씨 등 핵심 인물을 상대로 발포명령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전씨가 끝내 한마디 반성도 없이 세상을 떠나면서 5·18민주화운동 최초 발포 명령자의 진실은 밝히기 더 어렵게 됐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오후 내부 회의를 거쳐 전씨 사망에 대한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5·18민주화운동에 ‘부채 의식’을 가지고 있는 문 대통령이 전씨에게 근조화환을 조치하거나 관련 메시지 등을 낼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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