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법대 전성시대’…법치주의·공정 영향 받았나

  • 뉴시스
  • 입력 2021년 7월 3일 05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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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 與 6명, 野 6명 법대·법조인 출신
법률적 지식 갖춰야 국회 입성에 유리
진영 다툼 속 '공격수' 부상→대권후보
공정·정의·법치주의 법률가 부합 인식
'反文대표성'이 후보 자격으로 떠올라
권력의지까지 갖춰지면 승산 올라가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감하면서 대진표가 완성됐다. 야권도 대선주자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늦어도 7월 중순께 대진표가 짜여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9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야권에선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까지 출마할 경우 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민의힘 대선주자까지 12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중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상위권에 랭크된 주자들은 법대 출신이며 다수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법조인이란 점이 흥미롭다.

이재명 경기지사, 윤 전 검찰총장,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법대 출신으로 검사 또는 판사를 지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원희룡 제주지사는 법대 출신이다. 군소 대선주자까지 합하면 법대 출신 대선주자는 여권에서 9명 중 6명, 야권 12명 중 6명이다.

대선주자의 법대 출신 쏠림 현상은 상당수 법대 출신 국회의원들이 여의도에 입성해 논리적인 언변으로 의정활동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대선주자 반열에 오르는 ‘코스’를 밟아 왔기 때문이다. 국회가 법을 다루는 곳이어서 법률 지식이 있는 법대 출신이 정계 진출에 유리한 구조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법조인 출신은 46명으로 15.3%에 달한다.

좌우 진영으로 양극화된 구조가 법대 출신들을 대거 정계로 불러들였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이 진영 다툼에 치중하면서 논리적인 사고로 말싸움에 능한 법조 출신 의원들이 공수에서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마련되고 있다. 특히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법대 출신의 수요가 많아 이들이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진영싸움을 하려면 법조인 출신들이 공격수 아닌가. 그 중에서도 특히 검사 출신들이 대거 활약하는 기형적 정치가 1차적 원인”이라면서 “그러다 보니 대선판도 자연스레 법대를 나오거나 법조인 출신이 많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보수정당을 ‘검판당이라고 했을 정도로 검사 판사가 많았다. 민주당도 국정농단 이후 탄핵과정에서 법조인들 신세를 많이 졌다”라면서 “이들이 정치권의 기득권 세력이 되고 대선주자로 키워지는 게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법대출신 대선주자가 유독 많은 데 대해선 공정과 법치주의 강화라는 시대정신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정과 정의가 시대정신으로 부상하면서 전문가, 행정가, 기업가보다는 법대 출신과 법조인들이 이 가치에 부합하는 사람들이라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엄 소장은 “지금은 의대나 경영대가 각광을 받지만 과거에는 법대에 엘리트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이 엘리트 출신들이 정계에 대거 포진한 상황에서, 이들 중 시대 흐름을 읽는데 탁월한 정치력과 권력 의지를 가진 사람이 대선 후보가 되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속에서 아무래도 법조인이 공정과 정의에 맞는,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로 보는 경향이 있고 법치주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이들이 부각되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법대 출신 대선주자가 해박한 법률 지식과 화려한 언변을 구사한다는 것 만으로 대권에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법률 지식 외에도 의정 경험과 국정 실행 능력은 물론 강력한 권력 의지가 어우러져야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그런 면에서 ’0선‘인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건 이례적 현상이다.

이들은 법조계를 거쳤지만 의정 국정 경험 등 ’필수 코스‘를 밟지 못했다. 같은 0선이라 해도 이재명 지사는 시정과 도정을 통해 국정 운영 경험을 쌓았다.

다만 기성 정치에 대한 회의와 정권교체 요구에 ’반문 대표성‘이 대선주자 자격에 추가되면서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정치 경험과 무관하게 유력한 대안 주자로 부상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반문 대표성이나 권력 의지 측면에서 윤 전 총장이 최 원장보다는 앞선다고 보고 있다.

엄 소장은 “신인이 정치권에서 성공하려면 강력한 권력 의지가 있어야 한다”라며 “윤 전 총장은 이미 문재인 정권과 대치하며 반문 대표성을 확보한 데다, 보수층의 강력한 집권의지가 윤 전 총장의 권력욕구와 맞물려 있어 (대선 레이스)끝까지 갈 것 같지만, 최 전 원장의 경우는 ’착한 남자‘라는 이미지가 강해 자신의 권력 의지를 얼마나 드러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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