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듯’ 한미일 北미사일 ‘비공개’…바이든, 의도적 무시?

  • 뉴스1
  • 입력 2021년 3월 24일 1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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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초반 ‘북미 샅바싸움’에서 ‘의도적 무시’ 전략을 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들어 처음으로 지난 21일 서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지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북한이 지난 주말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사실은 한미 군 당국 발표가 아닌 이례적으로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전략적으로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에 주목하기도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파악하고 있지만 군사적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행보에 대해서는 굳이 반응하지 않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북한이 단거리 순항미사일 발사라는 ‘무력시위’ 카드를 꺼내든 것과 관련해 “우리는 (북한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배웠다”며 다소 냉소적으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북한 사안 경험이 축적된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초반 북미 간 기싸움에서 의도적으로 무시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최대한 북한 관련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그는 취임 후 약 두 달 만에 북한을 처음 언급했는데 그것도 구두 메시지가 아닌, 문서 형식을 통해서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공개된 ‘잠정 국가안보전략’(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y)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을 위협 주체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함께 북한을 거론하며 “‘판도를 바꾸는’(game-changing) 능력과 기술을 계속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 과정을 밟고 있다.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당근’(외교적 인센티브)과 ‘채찍’(추가 대북제재) 모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선택지를 열어두고서다.

일련의 상황에서 북한이 원하는 ‘반응’을 최대한 자제하며, 동시에 대화 가능성을 계속 타진하는 병행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중순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과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북측이 ‘무반응’으로 일관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고, 이번 단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 아닌 ‘낮은 단계’라 평가하며 “북한과의 대화는 여전히 열려있다”고 말한 부분도 되짚어 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대수롭지 않다’ ‘대화 노력은 지속’이라는 입장 표명은 향후 북미 간 협상 구도 설정에 있어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일본이 이번에 사실상 ‘침묵’한 것도 미국과의 공조 측면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간 일본은 각종 정보 자산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행보에 기민하게 대응해 왔지만, 이번에는 대북 사안에 대해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에 발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당연히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를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에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않은 것은 의도적인 무시 전략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북한의 무력시위에 미국이 바로 반응하면 북측의 의도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동시에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라며 ‘저강도’라고 판단한 사실을 공개한 것은 대화 여지도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이미 바이든 행정부 인사 대부분이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북한 사안을 다뤄온 경험이 있는 만큼 ‘북한은 이렇게 다루면 안 된다’는 교훈이 있다는 것”이라며 “섬세하고 미묘한 밀고 당기기를 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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