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압박전선 한국 빼고 조율… 한미동맹 역할 축소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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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견제 ‘쿼드 정상회의’ 추진 속 美 ‘죽음의 백조’ 인도 첫 착륙
미일동맹엔 ‘인도태평양 주춧돌’… 한미동맹은 ‘동북아 핵심축’ 표현
美국무부 “북핵은 안보 중대 위협”… 한미, 대북정책 시각차 드러내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아래)가 5일(현지 시간) 인도 전투기들과 함께 인도 벵갈루루 공군 기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B-1B는 3일부터 이곳에서 열린 ‘에어로 인디아’ 에어쇼에 참가했다. 미군 전략폭격기가 인도 공군 기지에
 착륙한 것은 1945년 10월 이후 76년 만에 처음이다. 벵갈루루=AP 뉴시스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아래)가 5일(현지 시간) 인도 전투기들과 함께 인도 벵갈루루 공군 기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B-1B는 3일부터 이곳에서 열린 ‘에어로 인디아’ 에어쇼에 참가했다. 미군 전략폭격기가 인도 공군 기지에 착륙한 것은 1945년 10월 이후 76년 만에 처음이다. 벵갈루루=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국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안보협력체 ‘쿼드(Quad)’의 첫 정상회의 개최를 조율하고 나선 것은 한국을 뺀 아시아 동맹국들과 협력해 정상 차원의 중국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4일 한미 정상 통화 결과를 전하는 백악관 발표에서 중국 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 표현이 빠진 것과 맞물려 바이든 행정부에서 자칫 한미동맹의 무게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여전히 있다”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발언과 관련해 미 국무부가 우회적으로 반박하는 입장을 밝히는 등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시각차도 연일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전직 관료들도 정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비핵화 의지의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미중 갈등 격화 조짐 속에 북한과 중국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엇박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美의 中 견제 쿼드·인도태평양, 한국은 빠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부터 추진한 ‘쿼드’는 2019년 9월과 지난해 10월 외교장관 회의만 두 차례 열렸다. ‘쿼드’ 정상회의가 성사되면 동맹을 규합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방향이 더욱 분명해지는 것.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가 3일 ‘쿼드’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 벵갈루루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미 폭격기가 인도에 착륙한 것은 1945년 이후 76년 만에 처음이다.

5일(현지 시간) 미중 외교장관 통화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인도태평양 안정을 위협한다”고 중국을 작심 비판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 아예 ‘쿼드’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실질적인 미국의 정책을 구축해 나갈 토대”라고 했다. ‘인도태평양’과 ‘쿼드’가 바이든 행정부 중국 견제 정책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정작 바이든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에 대해 지난해 11월 당선인 시절 통화 때 거론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린치핀)” 대신 “동북아의 핵심축”이라고만 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한중 관계를 의식해 ‘쿼드’ 등 중국 견제 전선 참여에 미온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을 축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미동맹의 범위가 인도태평양이 아닌 동북아로 국한되는 건 미국 입장에서 우리의 전략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했다.

○“北 비핵화 의지 있다”는 정의용에게 “증거 없다”

북핵 등 대북정책과 한미 연합훈련 등 동맹 현안에 대한 한미 간 온도차도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사가 있다”는 정 후보자의 발언과 관련해 미 국무부는 5일(현지 시간) 본보에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관여한 랜들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차관보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준수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증거를 여전히 목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 존 서플 아태담당 대변인은 정 후보자 발언에 대한 본보의 논평 요청에 “존 커비 대변인의 지난달 28일 브리핑 발언을 참조하라”며 “북한이 군사력을 증강하려는 갈망을 잘 알고 있다”는 해당 브리핑 내용을 첨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성급하게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하기보다 대북 억지와 추가 제재 등을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반면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는 미국 측에 북-미 협상 재개와 남북관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실패로 규정한 트럼프 시대의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기댄 대북정책’을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요구하고 나서면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간극이 한층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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