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북전단금지법, 美 북한인권법과 정면 충돌…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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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24일 11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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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단체가 경기 파주 모처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는 모습. 전단지 외에도 USB나 지폐(달러), 쌀 등을 담아 날리기도 한다. 이 행위는 대북전단금지법 통과로 국내에서 더이상 할 수 없게 됐다.(동아일보DB)
북한인권단체가 경기 파주 모처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는 모습. 전단지 외에도 USB나 지폐(달러), 쌀 등을 담아 날리기도 한다. 이 행위는 대북전단금지법 통과로 국내에서 더이상 할 수 없게 됐다.(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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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미국의 북한인권법 핵심 조항들과 정면 충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이 한국의 북한인권단체들을 지원해 실행하는 북한 정보유입 행위를 사실상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공화 양당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7월 서명한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은 USB(휴대용저장장치), 소형SD카드, 음성-영상 재생기 등을 활용한 대북 정보 유입 방안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이를 북한 내에 유입시키는데 드는 보조금도 기존 매년 20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주로 한국의 대북인권단체들에 자금을 제공하고 이들이 날리는 대북전단이나 인적 루트를 통해 북한에 유입시켜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되면 한국의 법에 의해 전단을 통한 정보유입 활동이 금지되는 셈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으로 전단 등을 통해 인쇄물, 금전, 보조기억장치 등을 보내는 일체의 정보유입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법 6조는 ‘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전단 등을 포함한다’고 하여 제3국에서의 행위도 언급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에 대해 중국 등에서의 행위는 법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발간된 국회입법조사처의 ‘외국입법동향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4년 법안에는 북한 내 정보유입의 수단으로 대북 라디오 방송, 정보의 자유 촉진 등만 열거됐다. 그러나 2018년 ‘북한인권법 재승인법’은 라디오방송 이외에 USB, 소형 SD카드, 음성·영상 재생기, 핸드폰, 무선인터넷, 와이파이, 웹페이지 등 전자매체들을 활용할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민주 공화 양당 및 상하 양원 합의로 제정된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5년마다 2008년과 2012년에 연장됐다.

현재 미국은 ‘표현의 자유’ 등을 이유로 대북전단금지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나 실체적인 이유는 상하원이 합동으로 통과 시키고 트럼프 대통령마저 승인한 북한인권법의 핵심 조항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재승인법을 발표시켜 북한인권문제가 북핵 협상의 흥정 대상이 아니라는 미국정부의 입장을 명백히 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승열 국회입법조사처 박사(북한학)는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 문제에 있어서 인권이라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식에 절대적으로 동의하면서도 동시에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선택적’ 정책을 추진하였다”며 “한국 정부는 미국의 신행정부 하에서 강화될 대북 인권정책이 향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검토하여,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이 범여권 재석187인 찬성187인으로 통과됐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이 범여권 재석187인 찬성187인으로 통과됐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4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행위 등 남북합의서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고, 정부는 22일 국무회의를 열어 법안을 의결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는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 의회와 국무부는 대북전단금지법에 배치되는 공식 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혔다.

미 국무부는 21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북한으로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증대시키는 것은 미국의 우선순위 사안”이라며 “북한 주민들이 정권에 의해 통제된 정보가 아닌 사실에 근거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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