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정부, 엉터리 해외사례 근거로 정부 공시가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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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3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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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국토부 제출 자료 분석
英·獨·美 공시가격 상승률 제한, 佛 종부세, 부채 빼 실질세율 낮아
전 국민 증세 시뮬레이션 추진했지만 발표 안해
“전국민 대상으로 한 증세 의도”

통계청장 출신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3일 국토교통부가 최근 공청회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 근거로 내민 외국 사례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대규모 증세를 위해 국토부가 이러한 사례를 제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유 의원이 국회 도서관으로부터 받은 해외사례 조사 내용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가들은 공시가격 인상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10월 27일 공청회에서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는 근거로 캐나다와 호주 등의 사례를 들고, 이들 국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이 100% 수준에 근접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현재의 부동산 가치를 반영해 공시가격을 책정하지 않고 1964년 서독지역, 1935년 동독지역 당시 책정된 가치를 아직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과세 표준도 1991년 기준이다. 주민들의 조세저항 때문이라는 게 유 의원실의 분석이다.

미국 뉴욕시는 부동산 감정 가치를 1년에 6% 이상, 5년간 20% 이상 인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 의원은 “국내의 경우 올해만 서울지역 공시가격을 평균 14.73% 올린 것과 굉장히 대비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종부세 도입 국가인 프랑스도 종부세율은 한국보다 낮았다. 이는 부동산에 포함된 부채를 과세표준에서 제외하도록 해서다. 실질 세율로 따지면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유 의원실의 설명이다.

유 의원은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모범사례로 예를 든 대만의 경우 실제로는 현실화율이 20%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문재인 정부는 고용지표, 양극화지표 등 국내 통계 왜곡을 일삼더니 이제 해외사례까지 거짓으로 발표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정부가 지난 1월 광범위한 증세 효과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하고도 함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 의원이 입수한 국토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수립방안 연구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실시에 따른 재산세‧종부세 등의 납세의무자 수 및 납부금액 변동,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추가부담, 기초연금 수급자 변화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고 돼 있다.

유 의원은 “사실상 공시가격 현실화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증세로 연결될 수 있음을 문재인 정부가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세계 각국은 국민 세 부담 증가를 우려해 공시가격을 시세와 다르게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며 “올바른 세금체계를 갖추기 위해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것이라면 그에 맞춰 세율은 낮춰야 한다. 세율은 그대로 두고 공시가격만을 현실화 한다는 것은 사실상 전 국민 대상으로 대규모 증세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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