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유튜브 생방송 중 ‘北 통지문’ 듣고 반색…“희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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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25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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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화위복 계기…이젠 우리 할 탓에 달려있어”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서 우리 국민을 총격 사살하고 불에 태운 북한이 사건 발생 사흘 만에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통지문을 보내오자 ‘알릴레오’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던 인사들이 반색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5일 오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방송으로 노무현재단 주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 대담을 진행했다. 유시민 이사장의 사회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 특보,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토론했다.

이 대담 도중 북측 사과 통지문이 청와대로 도착했다는 언론 속보가 나왔다. 유 이사장이 잠시 속보를 전하자 정 전 장관은 “사과 했네. 사과하라고 하니 했네, 말 잘 듣는 구나”라며 웃었고, 다른 참석자들도 “하하하” “제 말이 맞았다”며 폭소를 터트렸다.

유 이사장은 “북한이 우리 ‘알릴레오’도 혹시 모니터링하지 않을까 해서 ‘통전부 동무들 잘 좀 들으시라우’ 하면서 방송을 진행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에 정 전 장관은 “북한도 시청할 것이다. 북쪽에서 ‘남쪽의 그 문정인 선생하고 정세현 선생은 언론에 나와서 옳은 말을 참 많이 한단 말입니다. 계속 앞으로도 그렇게 좀 해주시라요’라고 한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바로 직보로 올라갔을 거다. ‘이거 지금 사과를 해야 된다는 말 나오고 있는데 들어야 좋다’ 그러니까 바로 사과를 하고 나온 거”라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은 “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있었던 사건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모든 분이 (토론에서) 말씀해 주셨는데, 이 방송 듣고 그렇게 한 건 절대 아니겠지만 여하튼 우리가 바라던 것이 일정 부분 진전됐다는 점에서 일단 희소식으로 간주하고 논의를 계속해가자”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불행하게 유명을 달리한 이모 씨 가족들에게는 굉장히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지만 이것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이 불씨를 어떻게 살려 나가느냐, 북한이 이 정도 나왔으면 그다음은 우리가 할 탓이다. 우리가 할 노릇이다. 새로운 남북관계의 부활로 연결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후 통지문 전문을 확인한 유 이사장은 “이 문장을 쓴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보면 이걸로 코너에 몰리기 싫은 것”이라며 “그렇다고 자기들이 한 짓을 있는그대로 까발리기도 싫고, 이 선에서 무마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 이사장은 북측의 통지문을 본 첫인상에 대해 “처음에 읽었을 때 상당히 재밌었다”며 사과는 하지만 체면을 살리려는 북측의 의중을 꼬집었다.

그는 북한이 통지문에서 ‘사살 추정’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무슨 사살 추정이냐. 총 10발을 쏘고 유혈이 낭자했으면 사살된 것이지 꼭 추정이라고 악착같이 주장한다”고 했다.

또 “부유물을 태웠다고 특별히 강조하면서 국제사회나 한국에서 시신 훼손에 대한 개탄이 나오는 것을 인식한 듯하다. 결국 자기 할 말은 다했다는 것”이라면서 “적반하장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직접 (위원장) 말을 쓰지 않고 인용 방식으로 처리 한걸 보면, 상당히 민망한데, 그렇다고 잘못했다고 빌기는 그렇고, 앞으로 영 안 볼 사이면 몰라도 또 봐야 될 사이인 것 같아서, 자기 체면을 살리는 선에서 상대방이 화난 것을 가라앉히려는 듯한 느낌이다”고 분석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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