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총격에 12년 만의 南측 민간인 사망…‘제2 박왕자 사건’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4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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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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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A 씨(47)를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건을 두고 야권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벌어진 ‘제2의 박왕자 사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에는 북한 군 당국이 무방비 상태의 우리 국민을 수시간 동안 해상에서 직접 심문하고 방치한 뒤 처형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더욱 엄중하다는 지적이 많다.

2008년 7월 11일 북한 금강산 관광을 하던 민간인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당시 박 씨는 해안가를 산책하다가 북한군이 쏜 총에 등과 엉덩이를 맞았다. 북한은 “(박 씨가)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북측 군 경계 지역에 진입했고 공탄(공포탄)까지 쏘면서 거듭 서라고 했으나 계속 도망쳤기 때문에 사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관계된 일인 만큼 조속한 진상규명을 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사건 다음날부터 금강산 관광을 전면 중단하고 북한에 △진상규명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재발방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북한은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면서 정부의 남북 합동조사단 구성 요구를 거부했다. 남북관계는 이후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박 씨 사건의 진실은 아직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북한군이 무방비 상태의 우리 민간인에 총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박 씨 사건과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A 씨가 해상에서 오랜 시간 동안 표류하면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는 점, 북한군이 A 씨로부터 표류 경위와 월북 의사를 들은 뒤에도 6시간이나 해상에 놔둔 뒤 사살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이 더욱 반인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박 씨는 시신을 인계받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했지만 A 씨는 해상에서 시신을 불태워 유해 수습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을 이유로 이 같은 조치를 했다고 해도 도덕적, 국제적 규범으로 용인될 수 없는 상식 밖의 행위”라며 “북한의 사과나 유감 표명이 없으면 남북관계를 풀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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