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포 한 대에 일자리 32개…방위산업 성장동력 찾아야

  • 뉴스1
  • 입력 2020년 9월 21일 06시 19분


코멘트
© News1
© News1
한화디펜스가 2000년부터 납품한 K9 자주포 1000대에서 발생한 직간접적 일자리는 3만2000여개로 추산된다. 1대 제조에 32개의 일자리가 생겼다는 것으로 그만큼 고용 유발효과가 높다는 의미다.

방위산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 내려면 방산 부문을 단순 획득조달 구조에서 산업육성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의 규제 일변도 산업구조에서 창의적 연구개발, 적극적인 수출을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21일 안보경영연구원에 따르면 방위산업 취업 유발계수는 8.12로 일반제조업 평균 6.9를 크게 앞선다. 고용유발계수 역시 6.3으로 일반제조업(5.32)에 비해 높다.

취업 유발계수는 특정 상품에 대한 최종수요 1단위(10억원·명목금액)가 발생할 때 전체 산업의 상품생산에 걸쳐 직접 및 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 수를 뜻한다. 전 산업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임금근로자 수만 따진 게 고용유발계수다.

한화디펜스가 제작하는 K9 자주포의 가격은 대당 4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한 대를 만들 때마다 약 32명의 취업자와 25명의 임금근로자가 신규로 발생한다. 제조업이 자동화로 가고 있지만, 방산은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인 데다가 사람 손도 많이 필요하다. 연구개발 인력 비중이 24%에 달해 고급 일자리도 상당하다.

생산유발계수와 부가가치유발계수도 크다. 방위산업 대한 최종 수요가 1단위 증가할 때 산업 전체에서 유발되는 생산물 증가를 의미하는 방산 생산유발계수는 2.301로 일반제조업(2.096)보다 높다. 정부가 국방비 1000억원을 지출할 때마다 2301억원의 생산 유발효과가 발생한다. 방산의 부가가치유발계수도 0.625로 일반제조업(0.568)보다 크게 높다.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이 뛰어난 방산을 효자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이같은 일자리 창출효과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는 자동차·조선·정보기술(IT) 등 유관 산업이 발달돼 방산을 키울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독점적 수요자인 정부가 발주하면 방산업체가 단순 하청에 머물러 개발·생산을 담당하는 과거 방식이 계속된 탓에 하나의 독립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방산 분야 고용이 전체 제조업의 10%를 차지하는 데 우리나라는 1% 수준이다.

유형곤 안보경영연구원 방위산업연구실장은 “우리나라는 정부가 무기체계 수요 계획을 짜고 이에 맞춰 방산업체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 돼 방산업체 주도로 무기체계를 연구·개발하거나 선제적으로 투자하기 힘들다”며 “결국 내수 중심이 되다 보니 업체들이 해외맞춤형 무기를 개발하는데도 주저하게 되고, 수출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방산업체들에 실패를 용인하지 않고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방위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다. 정부는 ROC(작전요구성능)를 100% 충족해야 하는 완성형 개발 방식으로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최기일 건국대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는 “이스라엘, 미국 등은 전력화 과정에서 방산업체들에 100%의 성능을 요구하기보다는 70~80% 수준부터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하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완벽한 성능을 요구해 놓고, 안 되면 지체상금을 물기 때문에 업계나 정부 모두에게 자승자박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신무기 개발과 배치가 어려운 구조다 보니 최근 들어 방위산업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2018년 기준 방산업체 영업이익률은 제조업의 32% 수준으로 제조업과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매출액은 2016년 대비 27.6% 줄었다.

방위력 개선비가 확대됐으나 산업 성장은 정체됐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과정에서 불가피한 각종 기술 변경·성능 보완이나, 단순 실수·착오까지도 징벌적 제재를 과하며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