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1년 해온 北인권조사 중단시킨 통일부

권오혁 기자 입력 2020-09-16 03:00수정 2020-09-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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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 발행 민간단체에 중단 통보
통일부 “기간내 계약 안했기 때문”… 해당단체 “전엔 계약시한 요구 안해”
통일부 전경.(자료사진).© 뉴스1
통일부가 21년간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해온 비영리 민간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의 조사 활동을 올해부터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 단체가 14년간 매년 발행해온 국내 유일의 민간 북한인권백서 발행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15일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통일부는 이 단체가 1999년부터 탈북민 정착 기관인 하나원에서 탈북민을 상대로 진행해온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중단하라고 3월 통보했다. 199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센터가 국내에 입국한 지 얼마 안 된 탈북민들로부터 파악한 북한 인권 침해 사건은 7만8798건, 관련 인물은 4만8822명에 달해 국내에서 가장 방대한 규모다.

통일부는 올해 1월 매년 체결해온 실태 조사 사업 위탁 계약을 앞두고 조사 대상 탈북민 수를 축소하라고 요구했다. 센터 측은 “3월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통일부는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 없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본보에 “센터가 조사 축소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으나 청와대와 국회에는 “기간 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 측은 “통일부가 계약 체결 시한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윤여상 센터 소장은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올해까지 4년간 북한 인권 관련 보고서, 백서를 단 한 차례도 발행하지 않은 채 어떤 조사를 하고 있는지도 비공개하고 있다”며 “정부가 통일 준비에 필요한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외면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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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발간해온 北인권백서 못낼 판
통일부, 민간단체 北인권조사 제동… ‘남북대화에 부담’ 판단 작용한 듯
정부가 조사 독점… 감시 약화 우려

비영리 민간단체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1990년대부터 20여 년 동안 진행해온 북한 인권 실태 조사를 통일부가 올해 3월 갑자기 중단시킨 것은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온 인권 문제가 남북 대화에 부담이 된다는 정부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가장 방대한 북한 인권 실태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NKDB가 2007년부터 14년간 매년 발간해온 북한인권백서 발행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북한 인권의 실체에 대한 이해와 감시도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NKDB는 국내에 입국한 지 얼마 안 된 탈북민들에 대한 심층 조사를 통해 북한 인권 침해 사건과 인물을 조사해 왔다. 1999년부터는 통일부 산하 탈북민 정착 기관인 하나원에서 탈북민들의 증언을 들었다. 이렇게 축적된 인권 침해 사건이 7만8798건, 관련 인물은 4만8822명에 이른다. NKDB는 백서를 통해 생명권과 정치적 참여권, 생존권, 건강권 등 인권 침해 유형을 16개로 분류하고 시대별로 증감을 구분해 북한 인권 실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자료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뒤 설치된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201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조사해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넘긴 북한 인권 관련 사건은 1806건에 불과하다. 게다가 북한인권기록센터는 탈북민 3212명(올해 5월 말 기준)을 대상으로 인권 실태를 조사했다고 밝히면서도 조사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대외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NKDB의 조사와 백서 발행이 중단되면 정부로부터 독립된 민간의 북한 인권 실태 조사의 명맥이 끊기고 정부가 관련 조사를 독점하게 된다. 윤여상 NKDB 소장은 “북한 인권 기록은 정부와 민간이 조사한 내용을 상호 검증해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정권에 따라 민간의 조사를 막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독일 통일 전 서독의 잘츠기터 중앙범죄기록소 사례를 거론하면서 통일에 대비한 장기적인 인권 기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독은 이 기록소를 설치해 동독의 인권 침해 사례를 기록했고, 이는 동독 내 인권 침해 가해자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지낸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은 “북한 인권 침해 실태를 기록해 낱낱이 공개하고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해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 내 권력자들도 통일 이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이 커질 수 있다”며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통일 준비를 위해서라도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제대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북한인권조사#중단#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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