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10억 원으로 마포 집 못 사”…‘정의연 쉼터 해명’ 검증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8일 2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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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안성 쉼터’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이 2013년 9월 7억5000만 원에 매입한 뒤 지난달 23일 4억2000만 원에 매각됐다. 정대협의 후신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는 서울 마포구에 설립하기로 한 쉼터를 경기 안성시에 마련한 경위 등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하지만 정의연 측의 주장과 배치되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정의연 측의 ‘거짓 해명’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 공동모금회 “쉼터 장소 변경 제안한적 없다”

2012년 8월 현대중공업은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짓는 사업에 쓰이도록 10억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정대협에 지정 기부했다. 정대협은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기념관’ 일대에 쉼터 부지를 마련하겠다고 현대중공업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실제 정대협은 마포구가 아닌 서울에서 2시간 가량 걸리는 경기 안성시에 쉼터를 마련하며 논란이 됐다.

정의연은 17일 설명자료를 통해 “안성에 쉼터를 마련하는 사항은 정대협 긴급 실행이사회와 공동모금회에 보고됐다”며 “모금회는 사업이 서울 지역에만 국한하지 않으며 계속 진행되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마치 모금회가 다른 지역을 먼저 제안한 것처럼 해석된다. 윤 당선자도 18일 “공동모금회가 ‘경기 지역도 괜찮다’라는 의견을 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동모금회는 18일 “정대협이 여러 군데 (부지를) 알아봤는데 안성이 적합하다고 (먼저) 제안한 부분이다”며 “보통 저희가 지정 기탁과 같은 사업은 최대한 사업 수행기관의 전문성과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에 (공동모금회가) 이리가라 저리가라 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 “10억 이내로 서울 시내 쉼터 구입 가능”

윤 당선자는 18일 “(현대중공업이 기부한) 10억 원으로 마포의 어느 곳에도 그 집을 살 수 없었다. 현대중공업에서 예산 책정을 잘못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본보는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을 통해 ‘전쟁과여성인권기념관’이 위치한 마포구 성산동 일대에서 ‘안성 쉼터’와 유사한 조건의 건물들을 직접 확인한 결과 사실과 달랐다. 정대협이 계획을 바꿔 마련한 안성 쉼터 건물은 연면적 195.98㎡(약 59평), 대지면적 800㎡(242평) 규모의 2층 단독 주택이다. 정대협이 쉼터 건물을 알아보던 2012~2013년 기준 성산동 일대에서 안성 쉼터와 유사한 조건의 건물 다수는 10억 원 내로 매매가 가능했다. 이 기간 중 5억 원 이상 단독 주택 건물 매매는 총 23건이었다. 이중 5억 원 이상 10억 원 이하의 단독주택 건물 매매는 14건(61%)이었다. 10억 원 초과 건물 거래는 9건(39%)에 불과했다.

성산동의 A 건물은 2013년 8월 7억9000만 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정대협이 안성 쉼터를 구매 계약하기 약 1달 전이다. 이곳은 연면적 242.89㎡(약 83평) 대지면적 162.3㎡(73평) 규모의 2층 단독 주택이다. 성산동의 B 건물은 2013년 11월 7억3500만 원에 거래됐다. 연면적 182㎡(약 55평) 대지면적 180㎡(55평) 규모의 2층 단독 주택이다.

성산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을 30년 넘게 해온 공인중개사 C 씨는 “할머니들이 쉼터로 사용하려면 이동이 용이하고 언덕 아래쪽에 있는 건물이 중요하다. 2012년 당시에는 10억 안으로 충분히 매매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 현대중공업 기부 받기 석달 전 쉼터 무상 계약


정대협은 2012년 8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쉼터 조성을 위해 10억 원을 기부 받기 석 달 전인 5월 서울 명성교회가 이미 마포구의 한 건물을 쉼터로 기부하고 무상임대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나며 중복 기부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정의연 측은 18일 “마포구 일대에서 할머니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생활공간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명성교회와도 접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대협은 2012년 10~11월경 명성교회가 무상임대해 준 쉼터 건물을 ‘평화의 우리집’이라고 명명한 뒤 운영해왔다. 이때는 정대협이 현대중공업이 기탁한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마포구 일대 부지 선정을 포기하고, 서울 외 지역을 답사하던 2013년 4월보다도 이른 시점이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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