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협의체, 수도권 줄이고 호남 늘리는안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6일 2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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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여야 간 ‘선거구 나누기’ 싸움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여야는 26일 지역구 통폐합의 1차 기준인 인구 하한선 기준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하한선 기준에 따라 통폐합 또는 분구되는 지역구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속 당 지역구 의원들의 생존을 넘어 내년 4·15 총선판의 유불리를 둘러싼 치열한 샅바 싸움이 시작됐다.

● ‘4+1’ 협의체, 수도권 의석 ↓ 호남 의석 ↑ 안 검토

선거법 개정안은 현행 지역구 253석을 유지하지만 인구 변화에 따른 지역구 조정이 불가피하다.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는 수도권 일부 지역구를 줄이고, 농어촌 지역은 최대한 살리는 선거구 획정안을 모색 중이다. 정의당을 제외한 협의체 내 다른 정당들은 호남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구 통폐합의 핵심 변수는 인구 하한선 기준이 되는 지역구를 어디로 정할 것이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01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구와 적은 지역구의 편차는 2 대 1을 넘을 수 없다”며 “다만 어느 지역구를 인구 하한선으로 정할지는 여야 협상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4+1 협의체는 전북 김제·부안(13만9470명)을 인구 하한선 지역구 기준으로 잡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하한에 미달하는 경기 군포갑(13만 8410명)·을(13만 8235명)은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 강남갑(19만 3376명)·을(16만 321명)·병(18만 8457명)은 갑·을로, 경기 안산상록갑(19만 9211명)·을(15만 6308명)과 안산 단원갑(16만 17명)·을(14만 4427명)은 3개 지역구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구 하한선의 2배를 초과하는 세종(31만 6814명), 강원 춘천(28만 574명), 전남 순천(28만 150명)은 각각 2개 지역구로 분구될 가능성이 크다.

자유한국당의 오랜 텃밭인 서울 강남의 지역구 3곳 중 1곳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신 순천 지역구가 갑·을로 분구돼 호남의 지역구가 1곳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 한국당, “동두천·연천을 하한선으로”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호남 지역구 의석을 무리하게 유지시키고 수도권 의석을 줄이려 한다”며 “지역구 도둑질, 정치판의 기생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제·부안 대신 동두천·연천(14만541명)을 하한선으로 정하자는 주장을 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강남, 경기 안산 등 수도권 지역구가 유지될 수 있다.

그는 이날 당 회의에서 4+1 협의체가 선거구 인구 하한선을 대안신당 김종회 의원 지역구인 전북 김제·부안으로 정하려 한다는 점을 집중 공격했다. 김제·부안과 인접한 전북 정읍·고창(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 지역구)과 통폐합 가능성을 없애 대안신당 현역 의원 2명이 1석을 두고 다투는 것을 피하려고 ‘꼼수’를 썼다는 게 김 의장 주장이다.

한국당은 또 인구수에 따른 표의 등가성 원칙 문제도 제기했다. 김 의장은 “지금 호남이 충청보다 인구가 40만 명 적은데 의석수는 충청보다 1개 더 많은 상태”라며 “여기서 수도권 의석을 줄여 호남이 순천에 1석 더 가져가겠다는 게 제정신인가”라고 비판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유리한 지역구는 늘리고, 불리한 지역구는 줄이려고 할 수 밖에 없다”며 “총선 직전까지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진기자 psjin@donga.com
조동주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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