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증액 압박에 이어 ‘주한미군 감축’ 카드까지 꺼내는 美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3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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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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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현역 최고위 인사인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11일(현지 시간)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철수 연계를 시사한 발언을 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카드가 현실화되는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군 작전을 총괄하는 최고 지휘관이 방위비 문제를 거론한 것도, 한미군사동맹의 심장인 주한미군의 철수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전례를 찾기 힘든 만큼 발언의 무게를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 주한미군 감축 압박이 단순히 미국이 요구하는 방위비 48억 달러를 받아내기 위한 전략적 엄포가 아니라는 것이다. 버나드 샴포 전 주한 미8군 사령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밀리 합참의장 발언에 대해 “협상 전략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의 결과”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가장 빨리, 쉽게 손댈 수 있는 카드로 약 9개월 단위로 미국 본토에서 주한미군으로 배치되는 6000~6500명 규모의 기갑여단에 대한 순환배치 중단을 꼽는다. 이 경우 주한미군 규모는 2만2000명대로 줄어든다. 주한미군 철수나 대규모 감축과 같은 초강수를 뒀다가 미국 정치권 반발 등 부담이 적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실질적인 병력 감축 효과를 낼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미 의회가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법안에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이하로 감축하기 위한 정부의 예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시켰지만 미 국익에 부합할 경우는 예외를 하고 있어 감축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순환배치 부대는 미 정부가 안 보내면 그만”이라며 “순환배치 부대의 주한미군 교대 배치를 의도적으로 지연하며 압박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협상 시한이 올 연말이라는 점도 변수다. 재선을 앞두고 비핵화 협상 성과를 내는 동시에 한국과 다른 동맹국을 압박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이라는 특단의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14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방한은 방위비 협상의 중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류제승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트럼프 입장에선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 내 지지층 여론을 결집하고 북한의 비핵화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카드인 만큼 에스퍼 장관을 통해 압박의 종지부를 찍으려 할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하지만 방위비 협상을 둘러싼 한미 갈등이 주한미군 철수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아직은 더 많다.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제2차관은 “주한미군 핵심 역할이 한반도 유사시 한국 내 미국인들을 소개하는 것인 만큼 자국민 보호차원에서라도 철수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밀리 의장 전체 발언을 보면 미국인들에게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인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도 12일(현지 시간) 취재진 질문을 받고 “(주한미군 철수나 축소는) 어리석은(stupid) 짓이다.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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