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4090명 시국선언 “검찰개혁 시대적 소명…조국 개인 지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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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6일 1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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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동명대학교 교수가 26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국선언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동규 동명대학교 교수가 26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국선언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외 교수 및 연구자 4090명이 26일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그러면서 조국 법무부 장관 개인을 지지하는 것과는 선을 그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시급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국내 및 해외 교수·연구진 일동’ 20여명은 이날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중요한 것은 검찰개혁이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검찰 내부 개혁을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며 “국회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계류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집행하라. 검찰의 수사·기소·영장청구권 독점을 개선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빨리 실행하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사태 핵심은 조 장관 가족 문제가 아니라 검찰 문제다. 검찰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사법권력 체제가 문제다. 바로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독점이다. 모든 형사 절차를 독점한 세계 유일의 절대 권력집단이다”며 “군사독재를 비롯한 역대 권위주의 정권의 충직한 하수인 노릇을 한 검찰의 과거 전력도 여기서 비롯됐다. 이를 허물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명 운동 대표 발의자인 김호범 부산대학교 교수는 모두발언을 통해 “검찰개혁은 시대적 소명이고, 이 순간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통제 불가능한 기득권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기에 수천 명의 국내외 교수와 연구자들이 나섰다”면서 “시국선언은 시작이고 시민들과 함께 검찰개혁 완수까지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변인을 맡은 김동규 동명대학교 교수는 시국선언이 조 장관을 옹호하기 위함인지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조국이라는 개인을 지지하기 위한 시국선언이 아니다”며 “대한민국의 왜곡된 분배구조, 노동현실과 쌍을 이루는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력행사를 저지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진시원 부산대 교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팽팽한 긴장과 균형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검찰에 의한 일방적인 법치주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검찰개혁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시국선언문에서 “참다운 검찰의 개혁 없이는 나라의 참다운 개혁도 있을 수 없다”며 “조국 법무부 장관은 스스로 온 가족의 삶이 망가지는 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 운명을 기꺼이 감내하기로 결심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또 “무엇보다 검찰과 고위공직자의 권력남용을 저지하는 핵심장치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주목한다”며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보다 더 시급하고 결정적인 과제는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국선언 공동발의자에 부산대, 동아대, 한국해양대, 서울대, 경희대, 전남도립대, 마산대, 런던대, 버지니아대 등 국내외 교수진 76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앞서 19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교수진과 연구자들의 뜻을 반영한 시국선언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뒤 온라인 서명을 받았다. 25일 오후 5시까지 6120명이 참여했으나 3단계의 검증과정을 거쳐 4090명의 명단을 최종 확정했다. 검증 과정에서 비연구자가 제외됐고 불명확한 연구기관과 이름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는 명단에서 삭제됐다.

이들은 앞으로 서명 운동과 지역별 시국선언을 계속 추진하고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수와 연구진들 명단을 최종 확정한 뒤 서울에서 다시 한번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다.

김동규 교수는 “서명자 수 증가 속도로 봐서 앞으로도 상당수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서명자를 합한 숫자와 이름을 서울 기자회견에서 최종적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9일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보수 성향의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은 조 장관 사퇴 촉구 시국선언을 하면서 서명자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이들이 밝힌 대학명단에는 폐교된 대학까지 포함돼 신뢰성 논란이 일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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