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창·사이코패스·한센병…국회는 파행인데 장외 막말 대결만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18일 0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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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총선 앞두고 지지층 결집, 공천 눈도장 찍기"
"여론 지탄에도 앞다퉈 막말…적대적 공생관계, 자정 어려워"

정치권이 패스트트랙처리 과정에서 ‘동물국회’를 재현한 데 이어 이제는 ‘막말 대결장’으로 치달아 점입가경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 날선 공방은 늘상 벌어지는 일이지만 최근 논란이 된 발언들은 욕설에 가깝거나 극단적인 인격모독성 표현들을 동원하고 있어 통상적인 정치 공방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근래 막말 파문의 시작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당 장외집회에서 “(문 대통령과 대담을 한) KBS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받았다”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달창은 극우 성향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사용하는 여성 혐오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의미와 유래를 모르고 사용했다고 사과했지만 또 문재인 정부를 영화 ‘어벤져스’의 악당 타노스의 이름을 따 ‘문노스’라고 표현했다. ‘문노스’도 일베에서 즐겨 사용하는 단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여기에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16일 문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에 빗대 막말 대열에 가세했다. 김 의원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한센병은 상처가 났는데 그 고통을 느끼지 못해 방치해 상처가 더 커지는 것”이라며 “만약 대통령께서 본인과 생각이 다른 국민의 고통을 못 느낀다고 하면 저는 그러한 의학적 용어(한센병)를 쓸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적절한 비유로 고통받는 한센병 환우와 가족분들께 심려 끼친 데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은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유가족들을 원색적으로 폄훼해 물의를 빚었다. 차 전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했다. 정 의원은 “오늘 아침 받은 메시지”라며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라는 글을 올렸다.

정의당 이정미 원내대표의 경우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사이코패스’라고 지칭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라디오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5·18 특별법을 다루지 않고 다시 광주로 내려가겠다고 발표한 건 이건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본다”고 일갈했다. 이에 한국당은 즉각 “이성을 잃은 막가파식 막말”이라고 맞받아졌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최근 막말 대열에 합류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제하는 모양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29일 의원총회에서 “국회를 이대로 두고는 못 나가겠다. 반드시 청산할 사람 청산하고 정치를 마무리하겠다.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 있겠냐”며 패스트트랙 저지 농성을 벌인 한국당을 ‘도둑놈’이라고 일갈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정치권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막말 릴레이를 벌이면서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나날이 커지는 양상이다. 패스트트랙 여파에 따른 한국당의 장외투쟁으로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파행을 이어가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정치권이 상식적이지 않은 발언을 일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정당 구도가 사실상 양당 체제인 상황이고 민주당, 한국당이 극단적으로 대치 전선을 형성하면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당에서 막말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총선 공천을 받기 위해 당 지도부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일종의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박 교수는 진단했다.

박 교수는 “한국당 현 지도부는 내년 총선 체제까지 간다. 즉 의원들이 공천을 받기 위해 지도부에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좋은 성적표를 얻기 때문에 당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삭발을 한다거나 여론의 지탄을 받더라도 앞다퉈 막말을 쏟아내는 형국”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양당 간 적대적 공생관계가 지속되는 한 자정하는 노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중도정당이 탄생해 다당제를 형성해야 정단 간 경쟁을 하면서 상생과 협치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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