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풍전야 바른미래…‘캐스팅보트’ 휘두르다 당이 ‘휘청’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30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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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패스트트랙 지정 '환영'…정치 새판 첫걸음"
내분 폭발·지도부 퇴진론 등 "상처뿐인 영광" 평가
유승민계+안철수계 연합으로 지도부 사퇴 압박 전망
총선 앞두고 '한 지붕 세 가족' 체제 위기 갈수록 고조

30일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 및 검찰개혁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완료한 가운데 바른미래당 지도부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지도부가 명운을 걸어온 ‘선거제 개혁’이란 목표에는 한발 다가섰지만, 당이 분당 수준으로 쪼개진 현실 앞에서 후폭풍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이 정치 개혁에 한 발 다가섰다는 데 의미를 뒀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해 연말 단식 농성에 나서고 푸드트럭 ‘손다방’으로 대국민 홍보전에 나서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철에 올인해왔다.

여야 4당의 선거법 개정안이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아니지만, 비례성을 높이고 다당제를 구축하자는 취지를 살리기 위한 ‘차선’이라는 것이다. 다당제 구조하에서 ‘중도통합’ 정당으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손 대표 구상에 일정 부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손 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한국 정치의 새 길을 열고 새 판을 짜는 첫걸음”이라며 “명운을 걸고 제3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 개혁은 일대 도약이 될 것”이라며 “유권자 표심 그대로를 구성해서 대의민주주의의 실질적 발전을 시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입은 상처가 크다.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 호남계로 나뉘어 있는 ‘한 지붕 세 가족’ 체제의 갈등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관영 원내대표의 경우 리더십 손상의 타격이 상당하다. 합의안에 이견을 보이는 사개특위 위원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모두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논란의 중심이 됐다.

결국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의원들이 바른정당계의 ‘반지도부’ 전선에 가세했고, 당의 ‘입’인 수석대변인과 원내대변인이 당직을 내던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김관영 원내대표는 당 내분에 대해 발언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도부 입장에선 일단은 패스트트랙 지정 관문을 통과하며 한 고비를 넘긴 셈이지만, 이번 내홍이 내년 총선을 앞둔 당내 주도권 싸움 성격이 큰 만큼 여진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4·3 보궐선거 참패 이후 유승민계(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를 중심으로 불거진 ‘지도부 퇴진론’이 더욱 거세지며 당권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사보임 반대에 공식 서명한 의원만 13명으로 수적 우위를 보이는 만큼 우군을 더욱 확보해 불신임을 묻는 방법으로 사퇴를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바른미래당에서 활동 중인 의원들은 24명(당원권 정지 제외)이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하태경·이준석·권은희)들의 회의 ‘보이콧’에 이어 사무총장인 오신환 의원, 원내수석부대표인 유의동 의원 등이 보이콧에 나서면 당무 마비 상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이미 김삼화·김수민 의원은 대변인직을 사퇴한 상황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인 이태규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원내대표를 겨냥,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정치 도의에 맞다”고 화살을 날렸다. 그는 또 “당내 갈등의 근본적 배경이 패스트트랙에서 시작이 된 게 아니다”라며 “오랫동안 누적돼온 지지율 답보와 정체 속에서 보궐선거 참패로 나타났다”라고 진단했다.

당내 현안에 거리를 둬왔던 바른정당계 수장 유승민 전 대표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독일에 머무르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의 복귀설 등 ‘창업주 역할론’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계 하태경 의원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를 통해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손을 잡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이 당의 주인이다. 창업주이기도 하고 미래의 주인이기도 하다는 부분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내홍 과정에서) 유승민 대표가 탈당을 한다든지 그런 공격이 주로 있었다”라며 “그러나 이번에 보면 알겠지만 유승민 대표도 탈당을 절대 안 하고 이 당을 키우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당 지도부는 사퇴론을 일축하며 내부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손 대표는 “우리는 그동안 당의 분열과 내홍을 많이 겪었다. 그러나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라며 “이제 당이 단합해서 정치 새 판을 짜고 한국 정치 구도를 바꿔나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라고 했다. 개혁안으론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 제3의길 위원회도 제안하고 제2창당위원회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사보임 논란에 대해 “권은희, 오신환 의원에 불편함 마음을 드리고 상처드린 점 다시 한번 죄송하다”라고 사과하며 “국민과 약속을 지켜내야한다는 책임감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한번만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사퇴 요구와 관련해선 “더 낮은 자세로 더 많이 소통하고 찾아뵙고 역지사지 마음으로 최대한 이해하려고 하고 제 처지도 소상하게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도록 하겠다”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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