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몰딜 가능하지만 지금은 빅딜”…복잡한 속내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12일 16시 28분


코멘트

트럼프 '빅딜' 강조하면서도 '스몰딜'에 선긋지 않아
포괄적 비핵화 합의 시 단계적 이행 가능하단 여지
폼페이오도 "상당한 진전 이루면 특별히 준비해야"
北에 넘어간 공…어떤 비핵화 카드로 응할지 관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다양한 스몰딜이 일어날 수 있고 단계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빅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양면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북한에 큰 틀의 비핵화 구상을 제시하라고 재차 주문하면서도 스몰딜을 통해 단계적인 방식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성취하는 구상에 선을 긋지 않은 발언이라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도중 ‘북한과의 스몰딜도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게 어떤 딜인지 봐야겠다. 다양한 스몰딜이 일어날 수 있다. 단계적으로(step by step) 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빅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이란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라며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했다. 동시에 스몰딜 수용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은 것은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스몰딜을 언급한 것은 “북한과 소규모 협상의 문을 열어둔 것”이라며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단계적 접근이라고 보도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한 일괄타결식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 협상할 것이 아니라 비핵화 로드맵이나 최종상태를 제시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영변이 대규모 시설인 것이 분명하지만 영변의 해체만 가지고는 미국이 원하는 모든 비핵화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포괄적 합의’를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이루더라도 실제 이행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에서 단계적 상응조치가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문가는 해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가 완성될 때까지 상응조치를 안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완전한 비핵화 전 제재 해제는 없다는 생각에 대해 “약간의 여지를 남겨두길 원한다”며 “목표 성취를 위해 옳은 것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상당한 진전을 이룬다면 특별히 준비할 것이 있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출하면 한미 정상은 제재 완화를 논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그 문제를 분명히 논의할 것이다. 오늘 회담의 중요한 주제고 논의되길 바란다”며 비핵화 로드맵과 제재 완화를 거래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를 통해 영변 핵시설 폐기보다 포괄적 합의를 하되, 비핵화 이행에는 단계적으로 상응조치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관점을 재확인했다. 따라서 북한이 어떤 카드로 응할지가 다시 관심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 기조도 유지될 전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의정 보고에서 “최근에 진행된 조미수뇌회담의 기본 취지와 우리 당의 입장에 대해 밝혔다”고 전했다. 하노이회담 결렬 내막을 설명하며 당 수뇌부를 설득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점은 빅딜에 있고 북한이 이전까지 했던 살라미 방식은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영변보다 조금 더 큰 비핵화 카드를 주면서 협상을 걸어오면 미국으로서도 받지 않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