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하노이 회담 결렬에도 오히려 ‘승진’…北 ‘대미 협상창구’ 변화 가능성

  • 뉴스1
  • 입력 2019년 4월 12일 1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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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에도 오히려 ‘승진’
김영철 등 ‘통전 라인’, 대미 협상에서 물러날 가능성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회의를 계기로 대미 협상창구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변화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약진’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최 부상은 이번 대의원 회의를 계기로 외무성 제1부상으로 승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국무위원회 위원을 소개하는 사진에서 그의 직함을 외무성 제1부상으로 표기했다.

외무성 제1부상은 과거 북핵 협상의 핵심 당국자였던 김계관이 거쳐간 자리다. 최 제1부상의 승진은 그가 지난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공로를 크게 인정받았음을 시사한다.

여타 인선에서도 최 제1부상은 주요 보직을 꿰찼다. 북한의 대내외 정책을 관장하는 통치 기구인 국무위원회 위원과 헌법상 최고 주권 기구인 최고인민회의의 외교위원으로 임명된 것이다.

최 제1부상의 외무성 상사인 리용호 외무상과 북한 외교라인의 원로급 인사인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그간 대미 협상의 총책을 맡았던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국무위원회 위원직에 유임된 것을 감안하면 최 제1부상의 내부 입지가 급격하게 상승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최 제1부상은 지난 10일 열린 당 전원회의 결정을 통해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 단계 낮은 직함인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위원에 임명되는 파격 인사가 단행된 것이다.

반면 그간 비핵화 협상의 전면에 나섰던 김영철 부위원장은 이번 인사에서 모든 직함이 그대로 유임됐으며, 김혁철 대미특별대표,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은 일련의 개편 국면에서 전혀 이름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인사는 최선희 개인은 물론 외무성 전체의 위상 격상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리수용, 리용호, 최선희 등 북핵, 비핵화 협상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국무위원회 소속이 된 셈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김영철 부위원장을 비롯한 이른바 ‘통전’라인은 부각되지 않고 있어 협상팀의 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외무성 라인의 동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직후부터 두드러졌다.

최 제1부상은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당일 밤늦게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측의 입장을 밝혔다.

최 제1부상은 특히 공식 기자회견문 말고도 기자들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심기’에 대해 직접 언급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 제1부상은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측 인사들이 하노이에서 철수하기 전 한 번 더 기자들과 비교적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가진데 이어 지난달 15일에는 평양 주재 외국 공관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최고지도부의 결심’을 언급하며 순식간에 비핵화 협상에서의 ‘스피커’로 부각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으로 향후 비핵화 협상이 ‘국무위원회가 지휘하는 외무성’이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한다.

특히 최 제1부상을 비롯해 김영철, 리수용, 리용호가 위원인 국무위원회에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제1부위원장’으로 승진 임명되며 이들은 최룡해의 지시를 받는 입장이 됐다.

항일 빨치산 가문 출신의 최룡해 부위원장이 북한의 정치적 2인자로서 김 위원장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다는 평가를 감안하면 김 위원장은 향후 외무성 인사들이 활약하는 국무위원회를 통한 대외 행보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이번에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직이 신설되고 국무위에 북한의 외교 관련 실세들에다가 최 제1부상까지 들어감으로써 외교 라인이 대폭 강화됐다”라며 “이는 향후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미국과의 협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평가했다.

최룡해 부위원장이 대미 협상 총책인 김영철 부위원장보다 직함이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그가 향후 김영철 부위원장을 대신해 대미 특사에 나설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대미 강경파의 이미지가 강하던 김영철 부위원장 대신 상대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최룡해 부위원장이 협상 전면에 나설 경우 대미 메시지로서도 북한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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