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무너지는건 순간… 北-美 대화궤도 이탈 막는게 급선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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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하노이 노딜’ 이후]‘北 영변 폐기’ 트럼프와 시각차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과 서훈 국정원장(가운데)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첫 번째 성과로 꼽으며 “영변 핵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과정에 있어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 끝은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 청와대사진기자단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과 서훈 국정원장(가운데)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첫 번째 성과로 꼽으며 “영변 핵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과정에 있어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 끝은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어렵게 여기까지 왔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중재안을 마련하기 전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비핵화)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노이 노딜’의 후폭풍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온 북-미 대화의 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담긴 발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시했지만 미국이 수용 거부한 영변 핵 폐기를 ‘불가역적인 비핵화’라고 높게 평가하면서 대북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미국 내 일각의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계속 붙잡아 둘 ‘당근’을 우리 정부가 제시하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북-미 간 이견을 좁혀 보겠다는 의도다.

○ 영변 외 핵시설 언급 안 한 文

문 대통령은 이날 하노이 담판의 세 가지 성과를 언급하며 첫 번째로 영변 핵시설의 폐기 논의를 꼽았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시설의 근간인 영변 핵시설이 미국의 참관과 검증하에 영구히 폐기되는 것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며 “영변 핵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진행 과정에 있어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백악관의 반응과 온도 차가 큰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의 담판이 빈손으로 끝난 직후 “북한이 우리가 (숨겨진 핵시설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 놀란 것 같다”고 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영변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고 밝혔다. 이 숨겨진 핵시설의 비핵화까지 북한이 받아들여야 ‘빅딜’이 가능하다는 게 백악관의 태도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영변 외 핵시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북-미 사이에 핵심 쟁점이 ‘영변+α’ 대 ‘제재 해제’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지목한 ‘알파’가 앞으로 비핵화 협상의 최대 변수임을 정부도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의겸 대변인은 “(플러스알파의) 의미가 어느 특정 시설을 가리키는 건지, 아니면 포괄적으로 영변에서 더 나아간 (추가 비핵화 조치 등) 어떤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플러스알파’에 대한 백악관의 의도를 자세하게 파악한 뒤 입장을 정하겠다는 뜻이다.

○ 하노이 노딜에도 ‘남북 경협’ 재천명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 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주기 바란다”며 “판문점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된 남북 협력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66시간 ‘열차 행군’으로 베트남까지 갔지만 빈손으로 돌아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 문 대통령은 곧 이뤄질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금강산과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원 포인트 제재 완화’를 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3월 중 남북 군사회담을 개최하겠다”고 밝힌 것도 어떻게든 북한과의 대화의 끈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외교부는 북-미가 참여하는 ‘1.5트랙(반관반민)’ 협의체를 재가동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의 정확한 의중 파악이 끝나는 대로 다시 협상 무대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 월례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25분간 전화통화를 하면서 문 대통령에게 7번이나 ‘중재 역할을 해달라, 김 위원장의 진의를 파악해 달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하노이 노딜#남북 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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