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민생제재 5건 ‘일부 해제’라지만…사실상 전면해제 요구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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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일부 해제" vs 美 "전면 해제" 첨예한 장외 공방전
4차 핵실험 후 2016년부터 안보리 제재 결의 5건 채택
"일부 해제 요구한 것 같지만 北 돈줄 옥죄는 핵심 조치"
2016년 이전 제재는 각종 무기 개발, 확산 방지에 초점
이후 제재들은 北 전반적 수출·수입 막아 타격 훨씬 세
"영변 조치에 5개 제재 해제해달라, 김정은 과도한 욕심"

북한이 일부 해제를 주장한 민생 관련 대북제재 5건이 돈줄을 옥죄는 경제적 조치를 담고 있어 사실상 전면 해제를 요구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배경인 대북제재 해제를 두고 북미 간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전면 제재해제를 원했다고 주장한 반면, 북한은 일부해제를 미국에 요구했다고 반박하는 등 진실 게임 성격의 장외 공방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완전한,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원했으나 미국은 들어줄 수 없었다”면서 “바로 제재완화 문제 때문에 회담이 이렇게 됐다. 현재 제재는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자정을 넘긴 시각 베트남 멜리아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해제가 아니라 일부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 2016년에서 2017년에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트럼프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리 외무상이 언급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5건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2016년부터 2년간 부과된 2321호·2356호·2371호·2375호·2397호를 말한다.

이들 민생 관련 제재는 천연자원 수출 제한 및 금지, 농수축산물 수출 금지, 임가공업 등 대북 합작사업 금지, 해외노동자 파견 금지, 대북 금융 제재, 원유공급량 제한 등이다. 북한의 돈줄을 옥죄는 경제적 조치들이 아우러져 있다는 게 핵심이다.

2321호는 북한의 석탄 수출을 실질적으로 봉쇄하고 동과 니켈, 아연, 은 등을 수출금지 품목에 추가하는 등 실질적으로 북한 경제에 타격을 입히는 방안이 담겼다. 특히 ‘민생 목적은 예외’라는 규정 때문에 허점이 됐던 2270호에서 북한의 석탄 수출 제재가 대폭 강화됐다.

2017년 8월에 채택된 2371호에선 북한산 석탄 수출이 연간 규모에 상관 없이 전면 금지됐고, 철과 철광석 해산물도 금수품으로 지정됐다.

한 달 뒤 채택된 2375호는 북한의 5대 수출품목 중 2개를 차지하는 섬유 수출을 전면 금지했고 북한이 구매할 수 있는 유류 공급을 30%를 차단했다. 북한 정권의 ‘생명줄’로 여겨지는 유류가 유엔 제재대상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었다.

2017년 12월 마지막으로 부과된 결의 2397호는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한 데 대한 조치로 채택됐다.

2397호는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 공급 한도를 연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 제한으로 강화하고 주요 외화벌이 창구로 꼽히는 해외파견 노동자에 대해 24개월 이내 송환 조치를 명문화했다. 산업기계, 운송수단, 철강 등 금속류의 대북 수출을 차단하며 북한의 수출금지 품목을 식용품, 기계류, 목재류, 선박, 농산품 등으로 확대했다.

리 외무상이 언급한 11건 중 5건은 마치 일부 해제만 요구한 것 같지만 내용면에서는 2016~2017년에 부과된 5건의 제재가 사실상 북한을 옥죈 실질적인 조치다. 다시 말해 ‘일부가 아닌 사실상 전부’라는 얘기다.

2016년 이전 제재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금지, 각종 무기의 판매 금지 등 무기 개발과 확산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최근 제재들은 북한의 전반적인 수출과 수입을 막는다는 점에서 북한이 느끼는 고통의 강도는 훨씬 세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계속 핵실험을 하니까 2016년부터 금융제재를 강화하기 시작해 천연자원, 합작사업, 원유공급, 해외노동자 파견 등으로 제재를 확대해 민간 경제를 묶어 버렸다”면서 “리용호가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를 의도적으로 부각해 민간경제 일부를 풀어달라고 교묘하게 애기했지만 5건의 제재는 북한이 아파하는 제재의 실질적인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영변 핵폐기 조치에 5개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한 것은 과도한 욕심”이라며 “상응조치로 금강산관광 재개 정도면 몰라도 트럼프 입장에선 북한이 영변 외 다른 지역에 있는 핵시설 리스트 작성과 신고를 거부했는데 북한의 제재완화 요구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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