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배석 김여정 ‘심상찮은 행보’…굳건한 입지와 한계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8일 1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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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협상 최대 고비 ‘당일치기 담판’에 배석
‘백두혈통’ 위상 과시 동시에 ‘실무진 없는 담판’ 한계도 노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7일 평양에서 진행된 북미 당일치기 담판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 국무부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관련 보도자료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 대면할 때 미 측에서는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북측에서는 김 제1부부장이 배석했다고 밝혔다.

이번 북미 협상을 앞두고 비건 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가 최선희 외무성 부상으로 지목됐던 것을 봤을 때 7일 진행된 북미 당일치기 담판은 ‘급과 격’을 기계적으로 맞추지 않은 파격으로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협상 테이블의 배치는 김 제1부부장의 위상과 김 위원장의 결단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비핵화 협상에서의 북한의 의사결정 구조의 한계를 동시에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비록 통역관이 협상 테이블에 동석했지만, 북측에서는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는 핵심 실무진이 모두 빠진 채 ‘김씨 일가’만 테이블에 앉은 셈이다.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과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 때 이뤄진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김 위원장 바로 옆에서 배석했던 베테랑 통역관인 김주성이 이번 당일치기 협상에서 교체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 국무부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의 통역관으로 새로 모습을 보인 여성은 김주성에 비해 상당히 젊은 당국자로 파악된다.

이 같은 구도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미 협상의 최대 고비로 여겨진 7일 담판에서 김 위원장이 베테랑 실무진들에게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속내를 내비치는 과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이 ‘백두혈통’이자 최측근인 김 제1부부장만을 배석시킨 것이 이번 협상에서 합의된 안에 대한 ‘최고지도자의 의지’를 부각하고, 미국 측에 대해 나름의 방식으로 의전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무부가 공개한 사진에서 김 제1부부장은 백화원 영빈관 환담장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폼페이오 장관에 작은 종이 한 장을 건네는 모습도 담겼다. 공개된 자리에서 전달된 것으로 봤을 때 내밀한 내용이 담긴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되나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최측근 역할을 전면에서 수행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밖에 북미가 나란히 공개한 사진에서도 김여정은 북미의 주요 당국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27 정상회담에 이어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공식 회담에 배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미 협상, 특히 폼페이오 장관의 4차례의 방북에서 회담 테이블에 배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5월 폼페이오 장관이 두 번째로 방북해 김 위원장을 면담했을 때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배석한 바 있다.

이 같은 행보는 그가 김 위원장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내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최측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나오게 한다.

다만 현재까지는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세로 기능하기보다는 비서실장으로서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를 챙기는 역할에 가까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제1부부장이 전날 회담장을 나서는 사진에서 김 위원장이나 김영철 부위원장,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 당국자들보다 뒤에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 때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공식 일정을 현장에서 꼼꼼히 챙긴 것이 목격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행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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