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협상에 美 ‘북핵라인’ 총출동…北 ‘통전라인’ 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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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7일 2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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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외무상 빠진 듯…통전 라인 김성혜 포착
김영철 ‘핵라인’-리용호 ‘제재라인’ 대응 분석도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오후 평양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싱가포르 합의를 계속 진전해 갈 것이다”라고 썼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2018.10.7/뉴스1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오후 평양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싱가포르 합의를 계속 진전해 갈 것이다”라고 썼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2018.10.7/뉴스1
북한과 미국이 7일 평양에서 진행한 ‘당일치기 담판’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회담 테이블에 앉은 양측 협상단 구성의 차이다.

미국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필두로 성 김 주필리핀 대사,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앤드류 김 CIA 코리아 미션 센터장, 패트릭 머피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이 평양으로 향했다.

이 같은 협상단 구성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뿐 아니라 미 행정부 전체를 통틀어 손꼽히는 한반도 문제, 북핵 문제 전문가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성 김 대사와 앤드류 김 센터장의 경우 미국이 아닌 일본 도쿄에서 폼페이오 장관 일행에 합류했다. 미국이 이번 당일치기 협상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반면 북측의 인사는 당초 예상됐던 외무성 내 북핵 라인이 대거 빠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제73차 유엔 총회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카운터파트’로 지칭했던 리용호 외무상의 모습은 이날 포착되지 않았다. 리 외무상은 당초 이번 당일치기 협상에서도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나설 가능성까지 제기된 바 있다.

북한 외무성의 북핵, 대미 라인의 핵심 실무자인 최선희 부상은 아예 공식적으로 평양을 비웠다.

최 부상은 지난 4일 일찌감치 평양을 떠나 중국, 러시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최 부상은 북중·북러 양자 회담에 이어 북중러 3자 회담까지 일정을 소화한 뒤 9일에야 평양에 복귀할 예정이다.

대신 이날 회담장에서는 노동당 통일전선부 라인에 해당하는 김성혜 통전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의 모습이 포착됐다. 김성혜는 지난 2013년 남북 당국 회담이 추진될 당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 자격으로 우리 측과의 실무접촉에 임한 바 있는 ‘통일전선 전술’에 잔뼈가 굵은 인사다.

김 실장은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등 올들어 북미 회담 국면에서 모습이 포착되며 주목을 끌었다. 이어 이날 협상에까지 모습을 드러내며 통전부 내 미국통의 역할로 입지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북미 협상에서의 통전부 인사의 전면 등장은 북미 협상의 북측 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는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의 수장을 맡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동시에 지난 2015년 김양건 전 통전부장의 사망 전까지 ‘대남 사업’이 주역할로 여겨졌던 통전부의 역할 변경론에도 힘을 실어 주는 부분이다.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은 올 들어 진행된 북미 협상에서 예상 밖으로 군부 출신의 김 부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전통적 외교 라인은 뒤에서 ‘전면적 지원’을 하며 협상에 임하는 모양새다.

리수용 당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최선희 부상 등 외교 라인의 핵심인사들이 지난 유엔 총회 전까지 전면에 나선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날 협상에 임한 북측 대표단의 구성으로 봤을 때 이 같은 행보는 북미 협상의 결론이 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전통적 외교 협상 방식을 구사할 줄 아는 북한의 외교 라인을 상대하고 싶지만 북한이 전략적으로 김 부위원장을 내세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 같은 행보 자체로 북한의 외교 라인이 ‘2선’으로 밀렸다는 분석은 무리인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의 세부 사항에 있어 실질적 전략은 외교 라인의 두뇌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해제 문제를 이원 대응하는 방식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리 외무상이 유엔 총회 기간동안 여러 차례 대북 제재 완화 문제를 강조한 것이 이 같은 방식이 표면화된 계기라는 해석이다.

비핵화 협상의 최대 분기점으로 꼽힌 이날 당일치기 협상에 최 부상이 굳이 자리를 비운 것 역시 대북 제재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북한이 대북 제재 완화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유엔 총회에서 ‘제재 완화 지지’ 입장을 확인한 중국과 러시아에 사전 협의 내지는 포석을 깔기 위해 최 부상을 파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결단’으로 일정 부분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북핵 문제에 비해 유엔의 다자 제재, 미국·일본 등의 독자 제재가 얽힌 대북 제재 문제는 관련 논의가 심화될수록 이른바 ‘디테일의 악마’로 인해 협상이 꼬일 수 있어 외교 라인의 전문가들이 집중 투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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