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엔서 ‘제재가 비핵화 방해’ 주장…중·러 지원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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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9월 30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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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있어야 비핵화…제재가 불신 증폭시켜”
美와 협상서 ‘상응조치’로 제재 완화도 요구할 듯

북한이 유엔총회에서 비핵화를 위해 미국이 취해야 할 신뢰조치로 제재 완화를 거론해 주목된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신뢰조성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하는 화답을 우리는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조선반도 평화체제의 결핍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가셔주는 대신 ‘선 비핵화’만을 주장하면서 그를 강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제재 압박 도수를 더욱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특히 ‘제재’를 5차례 언급하면서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핵) 시험들이 중지된 지 언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유엔) ‘제재결의’들은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커녕 토 하나 변한 것이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리 외무상은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다”며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추가조치를 계속 취할 용의가 있다고 약속했는데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북한의 의중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실현돼야 유엔 제재를 완화·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제재가 완화·해제돼야 비핵화에 필요한 신뢰구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인 셈이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리 외무상은 이번 연설에서 종전선언은 1차례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는 종전선언이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4개국이 논의할 문제인 반면 대북제재는 유엔 차원에서 결의·이행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제재 완화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 8월9일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도 “불신의 두터운 장벽을 허물고 신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란 우리의 기대에 미국은 국제적인 대조선 제재 압박을 고취하는 것으로 답했다”고 비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우리가 모든 형태의 핵시험과 로케트 발사를 전면 중지하고 시험장들을 폐기하는 실천적 조치를 취했으면 응당 존재 이유를 상실한 대조선 제재 조치들도 그에 상응하게 이미 사라졌어야 마땅하다(8월6일)”, “제재압박은 대화와 결코 양립될 수 없다(9월6일)”고 주장해왔다.

리 외무상의 이번 유엔총회 연설은 ‘대북제재 완화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넘어 ‘현존하는 대북제재가 북미 간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한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내달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제재 완화 필요성을 비중 있게 역설한 데서는 북미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제재 완화’를 주요 의제로 올려놓으려는 의도도 읽힌다.

이번 제재 완화 주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 이끄는 대북제재 공조체제에 균열을 가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7일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의 FFVD를 실현할 때까지 안보리 제재를 계속 힘차게(vigorously) 그리고 빈틈없이(without fail)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안보리 이사국들이 그러한 노력에 있어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제재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각을 세웠다.

왕 위원은 안보리 결의안에는 북한이 이를 준수하면 대북제재를 수정(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비핵화 조치를 더 가속화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의미에서 적절한 시기에 이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북한이 점진적 비핵화를 향해 가는 단계에선 제재 완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러시아의 지원 사격을 발판으로 국제사회에서의 제재 완화 여론을 키워나가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신문은 이날 논평에서도 이들 사례를 언급하며 “제재 압박 타령만 하고 있는 미국을 보는 국제사회의 눈길이 곱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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