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명단, 페북 생중계도 ‘교묘한 조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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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선거판 가짜뉴스’

“A 씨는 미성년자를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하고 음주운전을 2차례나 했습니다.”

얼마 전 B 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이다. B 씨가 직접 작성한 게시물이다. A 씨는 6·13지방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자였다. B 씨는 같은 취지의 글을 자신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에도 올렸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 비슷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14회나 보냈다. 하지만 A 씨는 성매매 알선 사실이 없었다. 음주운전도 B 씨 주장과 달리 1차례에 불과했다. B 씨는 예비후보자 낙선을 노리고 이른바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뜨린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페이스북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

6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6·13지방선거와 관련해 인터넷 사이트와 SNS, 모바일 메신저 등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허위사실 공표는 직전 6·4지방선거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선거운동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온 것이 결정적이다. 지방선거의 경우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인지도가 낮은 후보가 많다. 반면 후보자 정보를 아는 건 쉽지 않다. 유권자들이 온라인에서 가짜뉴스를 접해도 그만큼 검증하기 어려운 이유다.

확산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실시간 중계까지 동원됐다. 올 4월 강원 지역의 예비후보자 C 씨는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페이스북으로 중계했다. 현장에는 국회의장이 보냈다는 축하 화환이 등장했다. 사회자는 국회의장 축전까지 낭독했다. 전 과정은 빠짐없이 C 씨의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됐다. 하지만 국회의장이 보냈다는 축하 화환과 축전은 모두 거짓이었다. 사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은 가짜뉴스도 많다.

올해 초 “광주시민 1000명이 D 씨의 출마를 비판한다”는 성명서가 보도자료로 언론에 배포됐다. 그러나 1000명의 이름 중엔 실제로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포함돼 있었다. 현직 기초단체장이 재선을 위해 출마하자 그의 당선을 돕기 위해 거짓 내용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만든 계약직 공무원도 적발됐다. 이 공무원은 도내에서 해당 지자체가 지난해 청렴도 항목에서 1위를 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했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1위를 한 적이 없었다.

선관위는 가짜뉴스 범람이 자칫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부채질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사범 수사도 가짜뉴스 생산 및 유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무부는 24시간 운영되는 가짜뉴스 전담팀을 통해 인터넷주소(IP주소)를 추적하고 디지털 증거를 분석 중이다. 가짜뉴스 유포자뿐 아니라 최초 제작자까지 찾아내기 위해서다. 경찰청도 선관위와 핫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보를 받아 수사에 나서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낙선을 목적으로 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 홈페이지나 전화 1390번으로 제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가짜뉴스#6·13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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