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3명 피랍’ 엠바고 돌연 해제 왜?…靑 “현지서 이미 보도 나왔기 때문”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4월 2일 0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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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아프리카 가나 해역에서 한국인 3명이 피랍된 사건의 엠바고(보도유예)조치를 해제한 배경에 대해 "가나 현지에서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2일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오전 2시30분(현지시각 26일 오후 5시30분)가나의 수도 아크라 인근 해역에서 한국 선사가 운영하는 참치잡이 어선 마린 711호(455t급)가 무장한 해적들에게 납치됐다.

배에는 선장·항해사·기관사 등 한국인 3명과 가나 국적의 현지 선원 40여 명이 타고 있었다.

9명으로 구성된 해적들은 마린 711호를 납치한 뒤 나이지리아 해군의 추격을 받자 배에 있던 금품과 우리 국민 3명 등을 자신들의 모터 보트로 옮겨 도주했다. 그 이후로는 행방이 묘연하다.

외교부는 사건 직후 피랍 선원들의 신변 안전을 기하고 납치세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출입기자단에 엠바고를 요청했고 기자단은 이를 수용했다.

그러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외국순방을 마치고 귀국해 지난달 28일 오전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에 문무대왕함 급파를 지시하자 31일 돌연 엠바고를 해제하고 보도자료를 내 사건을 공개했다.

여전히 소재 파악이 정확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엠바고를 해제하자 일각에서는 청해부대 파견이 이뤄지자 홍보를 위해 급하게 엠바고를 해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지적에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엠바고를 설정하는 이유는 납치된 분들의 신변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보도를 않고 있었는데 현지에서 나와버렸기 때문"이라며 "나이지리아인지 가나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피랍자 생명을 손에 쥔 그들이 이미 보도를 다 본 상황 아니냐. 그렇기 때문에 문 대통령께서 단호한 대처(를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의 문제제기에 유감의 뜻을 드러내면서 "일반적인 유괴사건, 납치사건에서도 보도 나가면 공개수사로 전환하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공개수사 전환은 청와대의 판단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엠바고를 해제하면 추측성 보도로 혼란이 가중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정부는 그동안 나름대로 피해자들의 소재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해왔지만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공개수사로 전환한 시점이 언제가 좋을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판단이 필요했었다"고 답했다.

청와대가 피랍사건을 언제 인지했는지에 대해선 "정확한 시점까지는 모르겠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을 때 보고를 받았고, 귀국 비행기 안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신화통신은 "가나 해역에서 납치된 한국인들이 나이지리아 남부 바이엘사주에 인질로 붙잡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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